中증권사 한국에 첫 지점…"IB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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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오상증권 연내 진출
중국으로 투자 유치 아닌 넘치는 자금 해외투자가 목적
작년 하반기부터 인력 확보…M&A 자문업무 등 주력할 듯
중국으로 투자 유치 아닌 넘치는 자금 해외투자가 목적
작년 하반기부터 인력 확보…M&A 자문업무 등 주력할 듯
중국 5대 증권사 중 하나인 자오상(招商)증권이 중국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한국지점을 설치한다.
자오상증권은 9일 연내 개점을 목표로 한국지점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신욱 자오상증권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지점 설립을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며 "연내 법인 설립을 마치고 본격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오상증권은 시가총액 기준 중국 3위(20조원)인 거대 증권사로,투자은행(IB) 분야에 강점이 있다. 특히 자오상증권은 한국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을 대상으로 IB업무에 주력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한국에 대해 주식 · 채권 투자는 물론 직접투자(FDI)도 확대하고 있는 '위안화 파워'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 창구될 것
자오상증권의 IB업무는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 · 합병(M&A)을 위한 M&A자문과 중국 자금을 이용한 사모투자 등이다. 이는 중국의 넘치는 유동성이 한국으로 흘러들어오는 창구 역할을 의미한다. 중신증권,하이퉁증권 등 다른 중국 증권사들은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중국 투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자오상증권은 한국지점을 통해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자오상증권 관계자는 "중국 내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이 옮겨갈 투자처를 찾는 것이 한국지점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될 것"이라며 "중국으로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내 자금의 해외 돌파구를 찾는 게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자오상증권 한국지점이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M&A를 위한 자문업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부터 자오상증권은 한 · 중 양국 사정에 모두 밝다는 이유로 국내 증권사에 근무하는 중국인 직원들에게 스카우트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자금 사모투자도 활발해질 듯
중국 자금을 이용한 사모(PE)투자 역시 주된 활동 분야다. 국내 A증권 IB담당 임원은 "중국 입장에선 가까운 시장인 한국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면서 "그러나 국내 자금도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상장과,중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 기업 현지법인의 상하이 · 홍콩증시 상장을 놓고 국내 증권사들과 경쟁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증권가에서는 불편한 목소리가 들린다. B증권 IB 관계자는 "한국 증권사들의 중국 내 IB업무가 제한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증권사의 국내 IB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상호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국가가 국내 금융회사의 활동을 제한한다고 해서 해당 국가 금융회사의 국내 활동을 막을 법적근거는 없다"며 "정식으로 지사설립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동성의 국내 유입 연장선
자오상증권의 한국 진출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유동성을 해외로 돌리려는 정책의 연장선 상에 있다. 정도숙 KOTRA 신흥자본유치팀 연구원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는 이번 '양회'에서도 중국 자본의 해외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중국 자본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자본의 한국 유입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주식 투자는 2007년 1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엔 9799억원으로 늘었다. 중국투자공사(CIC)가 1억달러 이상 규모의 한국 투자 전용펀드를 이르면 이달 안에 출범시킬 예정이어서 투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