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퇴직자들을 금융회사 감사로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감사로 낙점된 금감원 퇴직자 및 퇴직 예정자를 받기 위해 임기가 끝난 감사를 일정 기간 더 일하도록 편법을 동원하는가 하면,이사회나 주주총회 일정까지 바꿔가며 '낙하산'을 맞을 준비에 나서고 있다.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원우종 신한은행 감사 후임 자리를 둘러싼 잡음은 점입가경이다. 금감원 출신인 원 감사의 후임으로는 당초 Y 전 금감원 저축은행 담당 부원장보가 유력했다. 하지만 김종창 금감원장이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 감독 책임이 있다'고 판단,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에서는 L 부원장보를 신한은행 감사로 다시 낙점했다. 하지만 퇴직 전 3년간 수행한 업무와 관련이 있는 민간 기업에는 퇴직 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다는 공직자윤리법 규정에 막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인사가 약 2년7개월 전에 국제협력 분야에서 근무했기때문에 감사 선임이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기가 곧 끝나는 원 감사는 임시로 두 달여간 어쩔 수 없이 더 일해야 하는 처지다. 신한은행은 새 감사 선임을 위해 임시주총을 열어야 한다.

씨티은행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감사를 선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감원 출신인 현 이성호 감사의 후임으로 사실상 내정된 K 금감원 전 리스크검사국장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승인 심사가 24일로 잡히면서 일정이 어그러졌다.

씨티은행은 심사 결과가 25일까지 나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정기주총은 예정대로 열고 다시 임시주총을 소집할 방침이다.

대구은행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치지도 않은 인사를 이사회와 주총 일정에 맞춰 사실상 새 감사로 정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J 금감원 국제협력국 연구위원을 선임했고,18일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J 연구위원의 취업 심사는 24일로 예정돼 있다.

류시훈/유창재/이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