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의 매매와 임대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시혜적 주택 제도를 일반에 개방함에 따라 투기조장 논란이 예상된다.


◆60세 미만도 취득 가능

개정안은 2008년 8월3일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노인복지주택의 이용자 나이를 60세 미만으로 낮추고,일반인에게 양도 · 임대도 허용했다. 건축된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규제가 모두 풀리는 셈이다. 전국에서 5000채가량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2008년 노인들을 위한다는 당초 법 취지에 맞춰 '60세 이상'이란 연령 제한을 만들자 입주자 모집이 안된다고 민원이 쏟아졌다"며 "2008년 8월 이후 노인복지주택이 한 채도 지어지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60세 미만자 인수 때도 법령에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젊은층이 거주하는 일반주택으로 양성화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노인복지주택은 노인 주거안정을 위해 1989년 12월 도입한 제도로 현재 운영 중인 임대형은 1993년 신설됐다. 1997년에는 분양을 허용했고 2008년 8월4일부터 나이 제한과 처벌 규정을 도입했다.


◆투기수단 변질 우려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됨에 따라 투기수요가 형성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경기를 띄우려 노인복지주택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인복지주택이 △자연녹지지역 내 건축 허용 △취득 · 등록세 50% 감면 △전기사용료 20% 할인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제외 등 다양한 특혜가 주어진다는 점에서다. 일반주택은 주택법의 주차장 주민공동시설 등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지만 노인복지주택은 이런 제한이 비교적 적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복지위 한 전문위원은 "소위원회에서 '한시법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나이와 양도 제한을 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자연녹지지역 등의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고 용도지역제의 취지가 훼손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규제 완화 반기는 건설업계

주택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민간 건설사들은 규제 완화를 반기고 있다. 대형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노인복지주택은 나이 제한이라는 규제 탓에 수요가 적었고 건설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앞으로 지어질 주택도 양성화시킨 뒤 규제수단을 보완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노인복지주택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자연녹지지역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엔 판교신도시 등 입지여건이 좋은 곳에 지은 테라스하우스 등이 인기를 얻고 있어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신규공급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민지혜/장규호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