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이동 수단이나 레저 기구로만 인식되는 자전거가 과거에는 여성 해방과 인간의 도전 정신을 상징했던 것 아세요?"

장종수 한국산악자전거협회 이사(사진)가 쓴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는 200여년간 자전거와 함께 살아오며 자전거를 사랑한 사람들의 얘기를 엮은 책이다.

1791년 파리의 한 귀족은 두 개의 나무 바퀴를 연결하고 그 위에 올라타 두 발로 땅을 박차도록 한 목마 형태의 놀이기구 '셀레리페르'(빨리 달리는 기계)를 선보였다. 자전거의 기원이다. 19세기 초 독일의 남작이 앞바퀴의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핸들을 달았고 50년 뒤 페달이 발명됐다.

저자는 "19세기 후반 자전거 대유행기가 오는데 가격이 떨어지면서 귀족들의 사치품에서 가난한 서민들과 여성들의 이동 수단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며 "또 사회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인식되면서 여성도 '폭주족'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자전거를 탔다"고 설명했다. 당시 워싱턴의 여성구조연맹은 자전거가 여성들의 불임을 유발하고 남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부추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주 동안 프랑스 국토를 일주하는 투르 드 프랑스는 1903년 첫 대회 성공 이후 선수들이 기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길에 못을 뿌리는 등 갖가지 속임수와 폭력으로 얼룩졌다. 그러나 알프스와 피레네 등 산악지역을 자전거로 넘는 이 대회는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전자들의 꿈의 무대로 자리잡았다.

저자는 "아인슈타인,버나드 쇼,존 F 케네디 등 자전거를 예찬한 유명 인사들이 많았다"며 "그들의 숨겨진 얘기를 통해 자전거의 재미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