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2에 장착되는 CPU(중앙처리장치) 'A5'를 삼성전자가 단독 공급하지 않고 대만 TSME와 함께 공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는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께부터 외신 등을 통해 삼성전자 단독 납품이 기정사실화 된 A5와 전작에 사용 중인 CPU A4를 애플이 TSME에게 물량을 배정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TSME가 A5칩을 양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정보기술) 팀장은 "TSMC가 애플의 A5 시험물량을 생산했을 수는 있겠지만 현재 애플 물량을 양산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A5 생산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11일부터 판매되는 아이패드2의 A5 칩을 100% 삼성전자가 공급했다"면서 "TSMC가 애플에 A5 칩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품질 확인 과정(qualification process)을 거쳐야 하는데, 오늘 그 절차를 시작한다고 해도 올해 말에나 A5 칩을 공급할 수 있어 TSMC가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최대 벤더 또는 전략적 파트너가 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과 협의 하에 현재 미국 오스틴에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용 라인을 건설 중이고, 올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하반기부터 오스틴에서 생산되는 A5칩은 전량 애플이 구매할 전망이고, 이후에도 오스틴 라인은 애플의 AP 수요 대응에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애플의 부품구매 다변화 전략에 비춰 향후 A5칩 공급처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TSME가 A5칩의 시험생산을 진행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 "추후 TSME가 아니더라도 부품구매 다변화 이슈가 불거질 수 있지만 삼성전자의 지위는 유지돼 올해 삼성전자 전체의 5% 가량을 차지할 전망인 애플의 매출 비중은 이후에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은 D램 메모리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 추이 등 반도체 업황 반등과 태블릿 PC 수요 등에 달려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JP모건은 태블릿PC 시장에 버블 우려가 있고, 이 충격은 비(非)아이패드 진영이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리비아 사태로 인한 수요 위축과 갤럭시탭2 판매 동향 우려 등으로 1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가 눌리고 있는 상황에서 반등 포인트는 이달 후반께로 예상되는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 반등"이라며 "주가 87만원은 올해 실적 전망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1.5배 수준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실적 모멘텀이 유효하다는 데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정상진 동부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삼성전자의 본질적인 매력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라면서 "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반도체 시장의 과점기업인 삼성전자가 이후 D램,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 확대 등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 과점기업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리서치팀은 "연초 대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000억원 가까이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삼성전자 실적 둔화 이슈는 완전히 새로운 재료라고 볼 수 없다"면서 "연초 이후 하향 조정 폭 역시 약 14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고,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여전히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여유 있게 웃돌고 있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오전 11시45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47%(2만2000원) 하락한 86만8000원을 기록하며 나흘째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28일 종가 기준으로 처음 100만원대에 올라섰으나, 이후 하락세를 탄 끝에 지난 8일 9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