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타임 '올해의 인물'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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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 | 노베르토 앤젤레티·알베르토 올리바 지음
| 정명진 옮김 | 부글PLUS | 427쪽 | 8만9000원
6년여의 연구·600장의 화보…
창간 88년…"타임은 곧 역사다"
| 정명진 옮김 | 부글PLUS | 427쪽 | 8만9000원
6년여의 연구·600장의 화보…
창간 88년…"타임은 곧 역사다"
"일전에 어느 재미있는 이야기를 50행으로 써서 보냈더군요. 정말 힘들었어요. 한 시간 동안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니 모든 팩트들이 30행으로 줄여지더군요. 거기엔 한두 개의 팩트가 더 들어갔지요. 30행으로도 충분히 재밌더군요. "
이른바 '타임 스타일'이다. 뉴스를 전하는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여길 만한 이 글은 타임 설립자 헨리 R 루스가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루스와 함께 타임을 설립한 브리튼 해든이 만든 이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 글쓰기는 내러티브 스타일로 최대한 간결히 400단어를 넘기지 말고,표지에는 반드시 뉴스메이커를 올리고,기사 또한 뉴스메이커를 중심으로 쓴다는 것이다.
42년 경력의 두 언론인이 1923년 이후 90년 가까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타임의 역사를 분석한 책 《타임》을 출간했다. 책은 일단 화려하다. 하지만 눈은 편하다. 방대하지만 지루하지도 않다. 저자들은 이 책을 내기 위해 타임을 거쳤거나 재직 중인 에디터 기자 디자이너들과 6년 동안 30회 이상 인터뷰를 했고,20세기를 뒤흔든 사건을 그린 600여장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실었다. 책의 부제인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라는 말이 실감난다.
타임의 트레이드 마크는 '빨간 테두리'와 '올해의 인물'이다. '타임'하면 떠오르는 빨간 테두리에 대한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1923년 패기 넘치던 청년들이 잡지를 창간했지만 4년이 지나도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그때 가판대를 둘러보다 들은 상인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커버에 빨간 색이나 노란 색을 써야 눈에 띄죠." 이후 채택된 빨간 테두리는 타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저자들은 이를 두고 "빨간 테두리 안의 것들은 알아둘 가치가 있는 것이고,그 바깥의 것들은 몰라도 된다는 대담한,아니 오만하기까지 한 아이디어"라며 "자료는 편집돼야 하고,목소리는 절제돼야 하며,정보가 지식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인간의 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한다.
타임의 또 다른 대표작 '올해의 인물'도 우연의 산물이었다. 1927년 소형 비행기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린드버그 대령의 기사를 대수롭지 않게 다룬 실수를 만회하고자 '올해의 인물'이란 타이틀을 급조해 뒤늦게 내보낸 것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우연 또한 노력의 산물이라 했던가. 때마침 S J 울프라는 화가가 그려놓은 린드버그의 초상이 있었던 것.어찌됐건 이는 수많은 매체들로 하여금 '올해의 여성' '올해의 과학자' 등 유사품을 내놓게 한 언론 역사의 일대 사건이었다.
저자들이 밝힌 '올해의 인물'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표지는 당연히 그 해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을 선정하되 죽은 사람의 이미지는 쓰지 않고,미국과 역사에 해를 끼친 사람 또한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타임은 1963년 11월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다음주인 11월29일자 표지에 케네디가 아닌 린든 B 존슨 부통령의 사진을 실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2001년 9 · 11 사태 때도 표지 장식은 빈 라덴이 아닌 줄리아니 뉴욕 시장이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잡지의 탄생부터 공동설립자 루스의 마지막 날까지,2부는 격동의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 인터넷 혁명으로 야기된 저널리즘의 변화를,3부는 새로운 세기를 위한 디지털 혁명 등을 다뤘다. 대공황을 거쳐 2차대전,한국전쟁,베트남전쟁,워터게이트 스캔들,걸프전쟁,달 착륙과 베를린 장벽 붕괴,9 · 11 테러,21세기 첫 10년의 경제적 쇠퇴 등 질곡의 역사가 생생한 비주얼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이른바 '타임 스타일'이다. 뉴스를 전하는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여길 만한 이 글은 타임 설립자 헨리 R 루스가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루스와 함께 타임을 설립한 브리튼 해든이 만든 이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 글쓰기는 내러티브 스타일로 최대한 간결히 400단어를 넘기지 말고,표지에는 반드시 뉴스메이커를 올리고,기사 또한 뉴스메이커를 중심으로 쓴다는 것이다.
42년 경력의 두 언론인이 1923년 이후 90년 가까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타임의 역사를 분석한 책 《타임》을 출간했다. 책은 일단 화려하다. 하지만 눈은 편하다. 방대하지만 지루하지도 않다. 저자들은 이 책을 내기 위해 타임을 거쳤거나 재직 중인 에디터 기자 디자이너들과 6년 동안 30회 이상 인터뷰를 했고,20세기를 뒤흔든 사건을 그린 600여장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실었다. 책의 부제인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라는 말이 실감난다.
타임의 트레이드 마크는 '빨간 테두리'와 '올해의 인물'이다. '타임'하면 떠오르는 빨간 테두리에 대한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1923년 패기 넘치던 청년들이 잡지를 창간했지만 4년이 지나도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그때 가판대를 둘러보다 들은 상인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커버에 빨간 색이나 노란 색을 써야 눈에 띄죠." 이후 채택된 빨간 테두리는 타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저자들은 이를 두고 "빨간 테두리 안의 것들은 알아둘 가치가 있는 것이고,그 바깥의 것들은 몰라도 된다는 대담한,아니 오만하기까지 한 아이디어"라며 "자료는 편집돼야 하고,목소리는 절제돼야 하며,정보가 지식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인간의 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한다.
타임의 또 다른 대표작 '올해의 인물'도 우연의 산물이었다. 1927년 소형 비행기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린드버그 대령의 기사를 대수롭지 않게 다룬 실수를 만회하고자 '올해의 인물'이란 타이틀을 급조해 뒤늦게 내보낸 것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우연 또한 노력의 산물이라 했던가. 때마침 S J 울프라는 화가가 그려놓은 린드버그의 초상이 있었던 것.어찌됐건 이는 수많은 매체들로 하여금 '올해의 여성' '올해의 과학자' 등 유사품을 내놓게 한 언론 역사의 일대 사건이었다.
저자들이 밝힌 '올해의 인물'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표지는 당연히 그 해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을 선정하되 죽은 사람의 이미지는 쓰지 않고,미국과 역사에 해를 끼친 사람 또한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타임은 1963년 11월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다음주인 11월29일자 표지에 케네디가 아닌 린든 B 존슨 부통령의 사진을 실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2001년 9 · 11 사태 때도 표지 장식은 빈 라덴이 아닌 줄리아니 뉴욕 시장이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잡지의 탄생부터 공동설립자 루스의 마지막 날까지,2부는 격동의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 인터넷 혁명으로 야기된 저널리즘의 변화를,3부는 새로운 세기를 위한 디지털 혁명 등을 다뤘다. 대공황을 거쳐 2차대전,한국전쟁,베트남전쟁,워터게이트 스캔들,걸프전쟁,달 착륙과 베를린 장벽 붕괴,9 · 11 테러,21세기 첫 10년의 경제적 쇠퇴 등 질곡의 역사가 생생한 비주얼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