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joint)은 뼈와 뼈가 맞닿아 연결된 곳이다. 그중 고관절(hip-joint)은 엉덩이와 허벅지를 이어주는 관절이다. 과거에는 질병이나 사고로 고관절이 망가지면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인공 고관절로 망가진 고관절을 대체하면 못 걷던 사람도 걸을 수 있으며 움직이지 못했던 관절도 움직이게 된다. 충남 천안의 코렌텍(공동대표 선두훈·홍성택)은 인공 고관절을 국산화해 국내 시장의 선발주자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창업한 지 11년밖에 되지 않은 코렌텍이 어떻게 반세기 역사의 골리앗인 거대 외국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는 다윗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을까.


경부고속도로 천안IC에서 30분 정도 북동쪽으로 달리면 입장이 나온다. 포도로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 언덕 위에 코렌텍(www.corentec.com)이 자리잡고 있다. 사방이 한눈에 탁 트인 곳이다. 잔디밭과 소나무 조경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본사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사무실은 사방이 대형 유리창으로 돼 있어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지 약 2만4000㎡에 건평 약 6000㎡ 규모다.

외부에선 연구소처럼 보인다. 안에 들어서니 비로소 생산현장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든다. 티타늄 금속판이 정밀가공기를 거치면서 인공 고관절로 바뀐다. 인공관절은 단 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인체에 수십 년간 삽입돼 자기 몸처럼 사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3차원 측정기로 몇 차례 치수를 정밀 측정한다. 인공관절은 청정기능이 갖춰진 후처리실로 옮겨져 반복적인 표면처리와 세척과정을 거쳐 라벨링 및 포장 후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생산에 필요한 공기와 물은 거대한 공조시설에서 처리된다. 이런 공조시설을 갖춘 의료기기 공장은 선진국에서도 드물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야만 생산되기 때문에 인공 고관절은 50여년 동안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만 제조할 수 있었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투자도 많이 드는 사업이다.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이 엄두를 내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인공관절의 국내 개발과 생산 없이는 인공관절술의 학문적,임상적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한 국내 의대 교수들이 선두훈 대표(53)를 중심으로 인공관절 개발계획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2000년 코렌텍이라는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창업 후 3년 만에 첫 인공 고관절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거친 후 2005년 인공관절 개발연구소 및 생산 전문 공장을 준공하고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을 받아 2006년 국내 최초로 인공관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인공 고관절과 무릎관절의 모든 품목에서 CE 인증을 받았다. 올 상반기 중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코렌텍은 예상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인공관절이다. 인공관절의 핵심기술은 디자인과 표면처리 기술이다. 외국의 대부분 인공관절회사들이 비슷한 디자인과 표면처리 기술을 사용하는 데 반해 코렌텍의 인공관절은 환자 중심적인 디자인과 세계 최초로 적용된 레이저 코팅 등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돼 임상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코렌텍의 창업자이자 의학박사(정형외과)인 선 대표는 "다행히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져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는 인공 고관절 분야에서 현재 국내 1~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0여개국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기,특히 인공관절은 일반 상품과 달리 개발 임상시험 승인,현장에서의 평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따라서 채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를 생산하는 업체로선 개발에서 판매까지 무척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도 불과 몇 년 새 코렌텍의 인공 고관절은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 10여곳이 사용할뿐 아니라 국내 시장점유율이 약 25%에 달해 내수시장에서 3대 선도 업체로 급성장하고 있다. 경쟁 업체는 미국계 거인들이다.

선 대표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나라도 자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20%를 넘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미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큰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성장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제품 개발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신뢰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이 회사를 창업한 선 대표가 국내의 대표적인 정형외과의사인 데다 고관절 전문가다. 그는 가톨릭의대 정형외과 교수를 거쳤으며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 진료 및 수술 경험을 갖고 있다. 아울러 제품 개발에는 국내 유수의 대학 교수들의 경험이 우선적으로 반영됐다. 이 같은 대학병원 교수들의 개발네트워크와 이 회사의 중앙연구실이 긴밀히 협력해 신뢰성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둘째,기존 제품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표면처리 기술의 개발이다. 인공 고관절의 핵심기술은 삽입된 인공관절 속으로 뼈가 얼마나 빨리 잘 자라 들어가도록 하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공관절이 플라즈마 스프레이나 블라스팅 기법의 표면처리방법을 쓰는 데 비해 코렌텍은 인공관절로는 처음 'MAO(micro arc oxidation · 미세표면 산화처리기술)방법'을 적용했다. MAO는 경금속 표면에 전기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산화막을 형성시키는 신개념의 표면처리기술이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첨단 표면처리기술을 완성해 올 하반기 중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값싼 스테인리스로 표면처리를 해 티타늄보다 우수한 표면을 갖게 하는 기술을 개발,2010년 3월 미국 정형외과 · 고관절학회에서 최고 논문상인 '오토 오프랑상(Otto Aufranc Award)'을 받았다. 정형외과 분야의 임상과 기초논문 분야에서 최고 논문에 주는 상으로 아시아에서는 처음 받은 것이다. 선 대표는 "이 기술을 토대로 경제적이면서도 가공이 쉽고 생체적 합성이 뛰어난 제품을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셋째,환자 중심의 디자인이다. 한국인이나 일부 동양인들은 좌식 생활을 한다. 책상다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입식생활에 익숙한 서양인과는 달리 고관절의 운동범위가 더 커야 한다. 코렌텍에서 생산되는 인공고관절은 인공관절 수술 후에도 운동범위를 크게 하는 데 디자인의 목표를 뒀다. 선 대표는 "우리 인공 고관절의 운동범위는 135도에 달해 외산에 비해 10도 이상 넓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더 자유자재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이 관절운동 각도를 넓혀주는 디자인으로 미국 중국 및 한국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코렌텍은 인공고관절 개발로 얻은 디자인과 표면처리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무릎관절은 8년간의 연구 · 개발(R&D) 기간을 거쳐 다음달 시판될 예정이다. 선 대표는 "앞으로 2년 내 인공관절 분야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기술을 발표할 것이며,적어도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세계를 주도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 고관절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매년 국내에서만 2만명 이상이 새로 생기는 것으로 추산되며 세계 인공고관절 시장 규모는 연간 6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 한국의 기술이 널리 알려져 이 시장의 주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