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유망기술을 가로채는 대기업에 대해 피해액의 3배를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제도를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이 어제 여야 합의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중기 측에 단순히 기술을 요구한 경우에는 1배수 배상에 그치지만 기술을 유용했을 때는 3배를 배상토록 한 게 골자다. 또 기술 유용과정에서 고의나 과일이 없었다는 것을 대기업이 입증토록 했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의해 국회에 계류중인 하도급법 개정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빠져 있었다. 반(反)시장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최근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제도 도입을 밀어붙이고 야당 측도 이에 찬성하면서 입법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이미 논란을 빚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이익공유제와 마찬가지로 자유 시장경제 원리에 반할 뿐 아니라 손해배상을 보복과 증오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은 물론 하도급법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에도 도입을 반대해왔던 것이나 한나라당 내에서도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현행 법률 체계와 충돌한다는 점도 문제다. 민법 393조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규정해 실손해배상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과잉금지와 비례원칙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 법개념들이다. 결국 실손해의 수배를 보상하게 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면 민법부터 우선 개정해야 하겠지만 배상 개념의 확장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은 법률 포퓰리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제도를 도입하는 데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특정 기업이 반사회적이며 악의적인 방법으로 다른 기업에 피해를 줬다면 통상의 법 절차에 따라 제재하면 충분한 것이지 징벌을 통해 분풀이할 일은 결코 아니다. 미국에서도 대규모 가격 담합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