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세계 경제ㆍ금융 컨퍼런스] "정부가 시장보다 잘 안다는 생각 버려야" vs "신호등 없으면 어떻게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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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 안정성…토론 내용
정부 규제 놓고 열띤 공방
장하성 교수 중재 나서 "어떤 규제 하느냐가 중요"
정부 규제 놓고 열띤 공방
장하성 교수 중재 나서 "어떤 규제 하느냐가 중요"
"규제 당국이 시장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
"만약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규제는 필요하다. "(윌리엄 도널드슨 미국 대통령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2011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 이틀째인 10일 오후에 열린 '금융시장 안정성'이란 주제의 세션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달아올랐다.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도널드슨 위원의 기조 연설에 대해 로저스 회장과 패트릭 영 프론티어파이낸시어 대표 등은 "정부가 시장보다 더 잘 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회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맡았다.
◆정부는 시장보다 유능하다?
도널드슨 위원은 예일대 교수 출신답게 정제된 학문적 언어를 많이 사용하며 차분하게 규제의 필요성을 옹호했다. 그는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어서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며 "지능형 신호등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저스 회장은 이에 대해 "정부 관료들의 능력은 한심한 수준"이라며 "무능한 정부의 규제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직설적인 언어로 도널드슨 위원을 비판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수백명의 박사들이 있지만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를 자유시장에 대행시켜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로저스 회장은 "규제를 하고 싶으면 하라.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다음 위기는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입장이 격렬하게 부딪치자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중재에 나섰다. 장 교수는 "두 분 중 어느 쪽 편을 들기도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규제를 하느냐,안 하느냐라기보다는 '어떤 규제'를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금융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미국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개혁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개혁 조치 내용을 접하고 나는 비관주의자가 됐다"며 "(미국의 금융산업은) 이미 물꼬가 많이 터져서 이 정도의 개혁으로는 쏟아지는 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교육의 효과 두고도 '설전'
금융교육에 대한 입장도 엇갈렸다. 미래금융 및 파생상품 분야 전문가인 영 대표는 "투자자들에 대한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직접적인 금융규제를 보조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아무리 새로운 상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평범한 것(플레인 바닐라)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고,따라서 어느 정도 규제 수준을 낮춰도 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장 교수는 "파생상품이 나온 지 오래됐지만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너무 어려워서 가르치기가 매우 까다롭다"며 "금융교육이 감독당국의 규제를 대체할 정도가 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접하는 장 교수의 '하소연'에 토론자들 사이엔 폭소가 터졌다. 다른 토론자들은 장 교수의 의견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상은/김혜정 기자 selee@hankyung.com
"만약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규제는 필요하다. "(윌리엄 도널드슨 미국 대통령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2011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 이틀째인 10일 오후에 열린 '금융시장 안정성'이란 주제의 세션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달아올랐다.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도널드슨 위원의 기조 연설에 대해 로저스 회장과 패트릭 영 프론티어파이낸시어 대표 등은 "정부가 시장보다 더 잘 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회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맡았다.
◆정부는 시장보다 유능하다?
도널드슨 위원은 예일대 교수 출신답게 정제된 학문적 언어를 많이 사용하며 차분하게 규제의 필요성을 옹호했다. 그는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어서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며 "지능형 신호등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저스 회장은 이에 대해 "정부 관료들의 능력은 한심한 수준"이라며 "무능한 정부의 규제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직설적인 언어로 도널드슨 위원을 비판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수백명의 박사들이 있지만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를 자유시장에 대행시켜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로저스 회장은 "규제를 하고 싶으면 하라.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다음 위기는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입장이 격렬하게 부딪치자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중재에 나섰다. 장 교수는 "두 분 중 어느 쪽 편을 들기도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규제를 하느냐,안 하느냐라기보다는 '어떤 규제'를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금융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미국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개혁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개혁 조치 내용을 접하고 나는 비관주의자가 됐다"며 "(미국의 금융산업은) 이미 물꼬가 많이 터져서 이 정도의 개혁으로는 쏟아지는 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교육의 효과 두고도 '설전'
금융교육에 대한 입장도 엇갈렸다. 미래금융 및 파생상품 분야 전문가인 영 대표는 "투자자들에 대한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직접적인 금융규제를 보조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아무리 새로운 상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평범한 것(플레인 바닐라)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고,따라서 어느 정도 규제 수준을 낮춰도 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장 교수는 "파생상품이 나온 지 오래됐지만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너무 어려워서 가르치기가 매우 까다롭다"며 "금융교육이 감독당국의 규제를 대체할 정도가 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접하는 장 교수의 '하소연'에 토론자들 사이엔 폭소가 터졌다. 다른 토론자들은 장 교수의 의견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상은/김혜정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