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3차원) TV기술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논쟁이 과열 양상이다. 전 세계 TV시장의 18.2%, 15.8%를 각각 차지하며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은 너무나 당연하고, 특히 3D TV에 관해서는 양사가 세계 표준을 좌우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원색적인 비난전을 불사하는 최근의 모습은 3D TV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한국 재계에서 차지하는 양사의 무게를 생각하더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양사 간 논쟁의 핵심은 3D TV 기술방식에 있다. 삼성전자는 안경으로 왼쪽과 오른쪽 눈에 서로 다른 영상을 쏴주는 이른바 셔터글라스 방식인 반면, LG전자는 디스플레이 화면에 편광필름을 붙여 좌우 영상을 분리, 입체감을 내는 편광필름 방식이다. 자신의 기술방식이 더 우수하다는 주장이야 언제라도 가능하지만 문제는 한국 재계의 리더들인 양사가 자극적 단어들로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이 문제가 경쟁의 핵심 요소도 아니요 또 그럴 만한 실익도 그다지 없을 것이다. 과거 VTR, 차세대 DVD 등을 둘러싼 표준경쟁에서 보듯이 시장의 표준은 반드시 기술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설사 기술적 우위에 있다고 해도 시장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사례도 없지 않다. 시장의 선택이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3D TV도 결국 그런 과정을 거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지금은 기술방식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기보다 3D TV 시장을 일단 키우려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3D TV를 캐시카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판매는 기대에 미치고 못하고 있고, 그 결정적 요인이 기술적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의 부족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히 그럴 것이다. 3D와 스마트 TV의 결합 등 새로운 흐름에 대한 대응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과 협력을 통해 TV산업의 진화를 주도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