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카드를 인수 · 합병할 당시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외환은행을 매각하려는 론스타는 도덕적 · 법적 치명타를 입게 됐다. 외환카드 소액주주들의 외환은행과 론스타를 상대로 한 소송도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10일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 감자(減資)설'을 유포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또 외환카드의 허위 감자계획 발표로 403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외환은행과 이 은행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에서는 외환카드 감자에 대한 검토 · 분석 없이 합병결의 발표에 감자 계획을 포함시키자는 논의만 했다"며 "이는 감자를 성실하게 검토 · 추진할 의사도 없이 주가하락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 등이 재무자문사인 씨티그룹 측에 감자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적이 없고 △오로지 외환카드의 주가변동 추이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손익을 계산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 점 △심지어 감자 없는 합병 방침이 외부에 누설돼 주가가 반등하자 즉각 합병결의 이사회를 개최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유씨 등은 감자계획이 발표되면 주가가 하락할 것임을 인식하면서 론스타와 외환은행에 이득을 취하게 할 목적으로 발표를 공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검토'라는 문구를 사용했다는 점만을 중시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유 대표는 2003년 11월 론스타 임원진과 공모해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주가를 조작하고 SPC 간 수익률 조작과 부실채권 저가 양도 등으로 243억원을 배임,21억원을 탈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외환은행 등 2개 법인은 허위 감자설을 발표해 403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실제 감자 의사가 없으면서 감자계획 검토를 언론에 발표해 외환카드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 했다"고 판단해 유씨에게 징역 5년을,외환은행과 LSF-KEB홀딩스SCA에 각각 벌금 250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2심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유씨에게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