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 너무나 씩씩해요. 일도 시원시원하게 하고 어른들에게 예의도 바르고…."

일본 재계 원로인 다테이시 노부오(立石信雄) 오므론그룹 상담역은 일본 청년들은 패기와 도전정신을 모두 잃어버렸다며 한탄조로 말했다.

일본 산업능률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대학 졸업생의 절반가량(49%)이 해외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2001년 같은 조사 때의 응답 비율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로 많아진 것이다. 산업현장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모리 이쿠오(森郁夫) 후지중공업 사장은 "젊은 사원들이 해외 근무를 기피한다"며 개탄했다. 심지어 해외 근무가 거의 필수로 돼 있는 종합상사에 입사한 젊은이들조차 40%가량이 외국 근무가 싫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유학간 일본 학생의 수는 2000년에 비해 학부생은 52%,대학원생은 27%나 격감했다. 한국과 중국 인도 학생들의 미국 유학이 매년 급증세를 보이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다.

뿐만 아니다. 일본 젊은이들은 일에도,결혼에도 큰 관심이 없고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일본 사회병리현상의 하나로 꼽히는 소위 '히키코모리'가 탄생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들의 특징은 편의점 등에 물건을 사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집안에 하루 종일 혼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이나 TV 시청 등에 매달리며 사회와의 관계를 거의 단절하고 산다는 데 있다.

설사 결혼을 해도 아이도 많이 낳지 않는다. 일본의 합계 출산율은 1.25명 정도로 한국과 함께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본의 인구는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했는데,이 추세대로면 2050년엔 인구가 4000만명이나 줄고 노동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는 예측도 있다.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의 소극성이 일본의 국가 미래마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20대 초반 이하의 젊은이들은 경제가 성장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입니다. " 스기우라 데쓰로(杉浦哲郞) 미즈호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젊은이들이 보수적이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수십년간 일본 기업들은 고용을 줄였는데 대부분 기존 인력 감축이 아닌 신규 사원 채용을 억제했어요.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고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으로 몰리게 됐는데,비정규직은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니 자연스레 젊은이들이 소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이 활기가 없다고 개탄하지만,마땅한 직업도 소득도 없기 때문이에요. 더욱이 지금 젊은이들은 연금재정 고갈로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합니다. " 한마디로 기성세대의 책임도 크다는 얘기다.

일본 젊은이들의 우울한 현실을 보면서 '씩씩한' 한국 청년들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도쿄=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