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세계 경제ㆍ금융 컨퍼런스] "아시아 단일통화 준비해야 할 때…한국, 조정자 역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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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화폐의 세계화와 아시아 경제 미래…사카키바라 교수·시타오 수 대표
사카키바라
아시아 역내 무역규모 58%…지역경제 이미 통합 수준
시타오 수
中경제 최대 복병은 인플레…가격 추가인상 가능성 잠복
사카키바라
아시아 역내 무역규모 58%…지역경제 이미 통합 수준
시타오 수
中경제 최대 복병은 인플레…가격 추가인상 가능성 잠복
유로화가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다. 마르크와 프랑 등의 화폐 명칭은 일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의 꿈 같던 '이론'은 '일상생활'이 됐다. 아시아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1990년대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부터 동아시아 단일 통화에 대비해 각국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11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서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단일 통화를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통합을 위해서는 한국의 조정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단일 통화 기반은 마련됐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의 단일 통화 움직임은 유럽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이 정치적인 협력과 제도에 기반해 단일화를 추진했다면 동아시아 경제권은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1990년대 동아시아 역내 무역 규모는 40%에 불과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58%로 늘어났다"며 "조만간 유럽연합(EU)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U의 역내 무역 규모는 65% 수준이다. 그는 "무역과 투자 측면에서 볼 때 동아시아 경제는 이미 통합돼 있다"며 "이제부터는 다음 단계인 제도적 통합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 통화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지만 목표로 삼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사카키바라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간극을 메우고 단일 통화 등 경제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한국이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인도를 주목하라
사카키바라 교수는 한 · 중 · 일 3국에 집중돼 있는 경제 논의를 인도로 확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며 "그러나 인도가 미국을 넘어 2위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점은 간과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2020~2030년에는 인도 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중국의 성장률은 2050년께 연 4%로 떨어지는 반면 인도는 7~8%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19세기 초반만 해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5%가량을 중국과 인도가 차지했던 반면 영국은 5%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이미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를 '동양화'라고 했다. 아시아가 주도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한국과 일본 중국이 협력해 아시아 단일 통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인플레가 中 경제 복병
스티븐 시타오 수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중국사무소 대표는 "중국이 이제 성장 자체보다는 성장의 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금요일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를 청취할 기회가 있었는데 세 시간에 걸친 연설 중 보건환경 주택 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언급됐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사회기반 조성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플레이션이라고 했다. 시타오 수 대표는 "중국 정부는 그동안 금리를 여러 차례 인상했고 지급준비율도 올렸다"며 "다만 수도 전기 등 요소 가격 인상 가능성은 잠복해 있다"고 진단했다.
시타오 수 대표는 또 "홍콩에서는 위안화 예금 수요가 늘고 있다"며 "몇 년 안에 아시아 주요국 기업들도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위안화의 국제화는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타오 수 대표는 "중국 정부는 원래 말 안하고 바로 행동에 옮긴다"며 "위안화가 조만간 주요 통화가 될 경우 일본 한국 등은 중국을 이제 제조공장이 아니라 중요한 재무적 투자자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