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外道하는 외교관들
"하도 화가나서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중국의 한 아줌마한테 나라를 팔아먹습니까?" "물가도 오르고 살기도 팍팍한데 그래도 열심히 해보라고 우리 같은 시민들이 세금 걷어 중국 보냈더니 하는 짓들이…."

'상하이 스캔들'에 격분한 네티즌들이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들이다.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외교관들이 중국인 유부녀를 놓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서로 헐뜯고 협박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기밀까지 유출시킨 이번 사건은 외교관들이 과연 국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국제봉사단체에 일하며 지난 2년간 몽골에 4차례 다녀왔다는 윤모씨의 사연은 분노마저 치밀게 한다. 윤씨는 "대사관에 300번 전화를 걸었다면 100번 정도 통화가 됐는데,그 때마다 현지 직원이 어눌한 한국말로 '사증 담당 영사님이 자리에 안 계신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오전엔 '회의 중',오후엔 '출장 중'이란다. '점심시간이 3시간'이란 말에 윤씨는 할 말을 잃었다. 대사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봤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참다못해 대사관을 직접 방문했지만 "지금 영사님 안 계십니다"라는 말만 들었다.

윤씨가 대사관과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P몽골대사는 현지 여대생과 불륜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작년 초 P 전 대사가 귀국하기 전 불륜여성이 아이를 낳았다며 "양육비를 달라"고 외교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들통이 났다.

외교부는 그러나 한 · 몽골 간의 관계를 고려해 P 전 대사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P씨는 현재 공기업의 비상근 이사로 일하고 있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함에도 사건을 대충 덮고 P씨의 뒤까지 봐준 셈이다.

상하이 스캔들도 묻힐 뻔 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교민사회에 소문이 나돌자 외교부는 문제의 외교관들을 조용히 소환했다. 비자를 부정하게 발급해준 영사는 별 징계를 받지 않고 사직했다. 다시 문제가 된 것은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제보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네티즌 고모씨는 "패거리 정신으로 서로 덮어주니 이런 일이 계속 생겨난다"고 꼬집었다.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치부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