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세계 경제ㆍ금융 컨퍼런스] "위안화 세계화는 절상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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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화폐의 세계화와 아시아 경제 미래…토론 내용
"점진적으로 3~4배 오를 수도"
"점진적으로 3~4배 오를 수도"
국내외 주요 인사들은 기조연설이 끝난 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의 사회로 위안화 절상과 국제화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위안화는 앞으로 20~30년 동안 3~4배 절상돼도 큰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점진적인 절상은 중국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수출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외국 자산을 인수하거나 수입에는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1980년대 달러 대비 엔화환율은 7년 정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중국도 당시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가 점진적으로 절상되면 경기 침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스티븐 시타오 수 EIU 대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중국은 먼저 요소 가격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거품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위안화 절상은 보다 더딘 속도로 하더라도 상관 없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 논의는 자연스럽게 '위안화의 세계화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위안화의 세계화는 절상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다만 절상이 되더라도 쉽게 주요 결제통화의 반열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황 회장은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이긴 하지만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위안화가 중국 정부의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기축통화로 가는 데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화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도 "궁극적으로는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자리잡긴 하겠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아직 낙후돼 있고 호환성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보좌관은 "기축통화가 되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했다. 장점으로는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고,정치적 지위가 상승하며,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외국인들의 위안화 보유량 증가로 통화량을 통제하기 어렵고 초기에 위안화에 대한 수요 폭발로 절상폭이 커지는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김 원장은 "국제 통화가 되려면 우선 지역 내 국가들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위안화가 국제 통화의 역할을 하려면 아시아 국가들 간 재정정책의 조화가 먼저라는 얘기다. 그는 "협력이 아니라 조화,특히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이 환율에 대한 조화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엔화가 세계화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뒤따랐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 경제가 지나치게 내부지향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니 파나소닉은 내수시장이 충분히 컸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을 개발하지 않았다"며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의 삼성 LG가 해외로 눈을 돌린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과 중국엔 이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비해 일본은 오히려 예전보다 후퇴하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