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게리 로크 상무장관,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 TV카메라 앞에 서서 로크 장관의 중국 대사 지명을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로크 지명자만한 적임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61세인 로크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상무장관에 기용됐다. 당시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과 나란히 중국계 인사로는 첫 장관 타이틀을 단 그는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내달 첫 중국계 주중 대사로 부임하게 된다.

중국은 그의 지명 소식이 흘러나온 지난 8일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록가파이(駱家輝)라는 중국식(광둥어) 이름도 갖고 있는 그와 올해 100주년을 맞는 신해혁명의 주역 쑨원(孫文)과의 인연도 조명했다. 로크의 장인은 쑨원의 장남인 쑨커(孫科)의 의붓아들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식 문제 처리방식을 이해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슈차이라는 중국인 블로거는 1994년 로크가 지금 부인과 재혼할 때 부인의 집 상공에서 헬리콥터를 탄채 'I LOVE YOU'라는 플래카드를 펼친 일화를 소개하며 낭만파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로크 지명자가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어머니가 태어난 땅인 중국의 대사로 지명됐지만,내가 태어나고 자란 국가인 미국을 위해 헌신하고 열정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때문일까. 중국어를 못하는 그를 두고 '혈통만 중국인' '미국 스파이'라는 중국 네티즌들도 있지만 분위기는 거의 환영일색이다.

로크의 귀환을 보면서 미국 내 한국계 인사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해 하버드대 첫 아시아계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최근 미국 정규군에서 첫 한인 장성이 된 대니얼 유 등이 떠올려진다. 미 행정부와 정계에 진출한 인사로는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고홍주 국무부 법률고문,고경주 보건부 차관보 정도다. 장관급은 전무하다. 그런데도 재외동포법으로 해외 교민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자 미 교민사회엔 편 가르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한국계의 미국 주류 사회 진입에 걸림돌이 더 쌓여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