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 둘째날인 10일 오후에 열린 세션2에서 윌리엄 도널드슨 미국 대통령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은 기조연설을 맡아 "금융위기 이후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점점 복잡해지는 금융상품을 규제 감독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글로벌 리더십을 바탕으로 개혁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널드슨 위원과 함께 기조연설을 맡은 복합금융 · 파생상품 전문가 패트릭 영 프런티어파이낸시어 대표는 "정부가 섣불리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상업 · 투자은행 분리해야 금융시장 안정"

도널드슨 위원은 다양한 사례와 비유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출발점'이었던 미국이 어떻게 금융시장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시작단계가 끝난 것(the end of the beginning)'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터진 후 3년이 지났다"며 "1929년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슬아슬하게 막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가 부족했던 것이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대공황 이후 도입했던 글래스 스티걸법이 1999년 무력화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5년 10대 은행들의 자산이 미국 전체 금융자산의 55%를 차지했고,투자은행과 상업은행 간 합병이 이뤄지면서 5대 '메가뱅크'들이 시장을 독식했다"고 했다. 그는 "금융권의 이익이 모든 기업 이익의 20%에 이르게 됐고,1980년대 이후 금융으로 흘러가는 이익 비율은 계속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정부소유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서 모기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한 점,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공급 등이 위기를 불러왔다고 꼽았다. "이런 것들이 부동산 호황과 맞물려 사람들의 소비 수요를 증가시켰고 저축률이 거의 0%에 가깝게 떨어지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금융감독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섀도 뱅킹)'이 증가하고,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 회사들이 '준 독점' 상태에서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회사를 평가하기 시작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도널드슨 위원은 이 같은 상황을 개혁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도 기업에 엄격한 회계 의무를 부여한 사베인 옥슬리법과 금융 규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도드 프랭크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개혁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도 털어놨다. 도널드슨 위원은 "이 같은 법률들에 대한 무력화 움직임이 있다"며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도드 프랭크법에 관해 로비 목적으로 금융계에서 정계로 제공된 돈이 신고된 것만 27억달러"라고 전했다. 또 "미국 금융회사들이 거래한 것 중 7조5000억달러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며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감독이 쉽지 않음을 지적했다.

도널드슨 위원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강력한 글로벌 규제 협조를 주장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금융회사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덕적인 DNA를 찾아내서 교육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리적인 금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로비스트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2년마다 의회 선거를 치르는데 로비스트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이유"라며 "미국은 로비스트에 대한 규제 부문에서 개선 여지가 많다"고 했다.

◆"정부가 도와준다는 말이 제일 위험"

도널드슨 위원에 이어 단상에 오른 영 대표는 '시장'의 시각을 강하게 드러내 대조를 이뤘다. 그도 도널드슨 위원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인물의 말을 인용했지만 내용은 정반대였다.

영 대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정부에서 도와주겠다는 말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 적 있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규제 문제는 군대의 전략 문제와 비슷하다"며 "유럽연합군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준비가 다 돼 있었지만,문제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준비가 돼 있었고 그들이 전략을 바꿨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유동적인 상황이 세계 금융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했다. 그는 도널드슨 위원이 강조한 사베인 옥슬리법에 관해서 "이 법은 미국의 역동적인 자본주의에 해악이 된다"고 평가했다. 영 대표는 "시장의 거품과 마찬가지로,강력한 규제의 파급력은 우리가 헤아리기 어렵다"며 "위험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규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 자체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규제를 한다면 '글로벌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는 "로비스트를 규제한다 해도 유럽의 로비스트가 미국에서 혹은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다"며 "모든 정치 문제는 국내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국가'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정치와 달리 경제 문제는 국경을 넘나든다는 것이다.

영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규제에 관한 논의를 들여다보면 '오래된 규제의 틀'을 가지고 신질서를 만들려 한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개인 간 거래(P2P)의 방식으로 은행조차 바뀌는 마당에 전통적인 은행의 틀로 규제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은/김우섭 기자 selee@hankyung.com


◆ 글래스 스티걸法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을 분리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1929년 대공황의 여파로 1933년 제정됐다. 1999년 상업은행이 투자은행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그램 리치 블라일리법(GLBA)이 도입되면서 무력화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활 요구가 높아졌다. 작년 1월 미국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사이에 칸막이를 치는 '현대판 글래스 스티걸법'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