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논란이 됐던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법안(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의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 증권사와 선물사 등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성장한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10일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이르면 11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11 · 11 옵션 쇼크로 입법 탄력

지금까지는 파생상품의 거래나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았다. 파생 거래를 통한 법인의 자본이득에 대해 법인세를 물리는 게 전부였다. 정부가 2004년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개인투자자의 자본이득에 대해 10% 세율로 과세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시장 충격을 감안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옵션만기일 쇼크 등으로 파생시장 건전화가 화두로 떠오르자 이번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법안을 더이상 미룰 명분이 마땅치 않았을 것"이라며 "이변이 없을 경우 11일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거래세 도입에 따른 시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파생영업 담당 임원은 "파생상품은 낮은 거래비용으로 기초자산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상품으로 거래 비용에 민감하다"며 "위험 회피 비용이 높아지면 현물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만이 도입 유일…"시장 위축 불가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200선물에 0.01% 세율을 부과할 경우 거래비용이 계약당 1만3000원(지수 260포인트 가정시)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차익거래 시장의 경우 지난해 공모펀드와 기금에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면서 증권사들의 참여가 급감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교우위가 있는 외국인의 점유율이 높아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기관의 참여 부진이 '11 · 11 옵션쇼크'의 충격을 더 키웠다"며 "세금 부과가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도 우려된다. 대만은 1998년 거래세 부과 이후 지수선물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5.3%(2009년)로 미미해졌다. 이후 세율을 0.05%에서 0.004%로 낮췄지만 싱가포르 등으로 이미 이탈된 자금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ETF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영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국가는 대만이 유일하다. 미국이나 일본,영국 등은 파생상품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상품선물 거래세 부과법안이 2008년 의회를 통과했으나 부작용을 우려해 2009년 거래세를 매기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세가 아닌 소득세가 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