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익공유제란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가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어제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렸던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례 회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기자들로부터 이익공유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준비된 듯 토해낸 답변이었다.

이 회장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지만 (그런 말은) 책에서 배우지도 못했고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도 모르겠다"며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1995년 '정치는 삼류'라는 소위 베이징 발언 이후 극도로 말을 아껴왔고 좀처럼 속내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는 이 회장으로선 극히 이례적인 비판이었다. 그만큼 삼성은 물론 재계 전체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좌이기도 할 것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꺼낸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시장경제 원리에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난 여론이 고조돼 왔다. 이익을 나누는 것은 한 회사 내에서 경영진과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기로 계약을 맺을 때나 가능한 것이지,기본적으로 기업 간에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때의 성과급조차 엄밀하게 보면 이익의 공유가 아니라 임금의 보충이며 장려의 성격을 갖는 것이어서 이를 치열한 시장경쟁 시스템 속에서 돌아가는 납품업체와의 거래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기본적인 인식이다.

더구나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과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가 사전에 이익을 나누기로 한다면, 더 좋은 부품을 만들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가격 인하로 더 많이 팔려는 유인이 없어지게 될 것은 뻔하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의 이익을 빼앗아 중소기업에 나눠주자는 게 아니라 연초에 설정한 이윤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경우 그 일부를 자율적으로 협력업체에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 역시 탁상공론이거나 한가한 공상일 것이다. 경영환경이 분초를 다투며 급변하고 있고 오늘의 거대기업이 내일이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에서 고정된 이익을 예상하고 거래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를 분배키로 약정하는 것은 시장원리를 따지기 이전에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초과이익이라는 개념자체도 성립이 불가능하다. 초과이익이란 정상이익 혹은 적정이익을 가정한 상태에서 가능한 단어이지만 적정이익이라는 개념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한푼의 이익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경제 현장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초과이익이라는 기발한 발상이다.

더욱이 기존의 납품업체와 이익을 공유하여 인위적으로 특정 업체의 이익률을 높이기로 한다면 이는 다른 신생 중소기업에는 아예 시장진입의 기회조차 차단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동반성장이라는 구호가 이익공유라는 제도로 둔갑하면서 일어나는 부작용의 핵심이 바로 시장의 고착화라는 현상일 것이다. 결국 제품에 따라 하나의 거대한 조합적,그리고 기득권적 거래구조를 만들자는 것에 불과하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가 지난 9일자 본지 다산칼럼을 통해 "이는 이념의 문제를 떠나 정상적인 경제학자의 사고라고는 볼 수 없다"고 비판했던 것도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경쟁을 통한 원가개선은 이전가격이나 초과이익 분배의 방법으로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도 인식해야 마땅하다. 대기업들이 이익을 납품업체들과 나눠야 한다면 부품 공급선을 내부화해 수직계열화하거나 아예 해외로 돌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내부에 있건 외부에 있건 이익공유라는 발상은 이런 내부거래적 특성을 필연적으로 드러내게 마련이다. 결국 이는 독립적으로 경영을 꾸려가는 개별 납품 중소업체에도 득될 것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번 이 회장의 발언을 단순히 대기업의 이기주의나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로만 받아들여선 안될 것이다. 우리는 정 위원장의 이번 발상이 만에 하나 선거출마를 앞둔 대중추수적 인기전술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아이디어가 치열한 현실의 경제관계를 심각하게 혼란에 빠뜨리게 된다는 점도 깊이 인식하길 권고한다. 이 회장의 말마따나 교과서에도 없고 기업경영의 현장에도 없는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주장은 즉각 깨끗하게 철회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