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카다피군이 10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석유수출항인 라스 라누프 탈환에 성공했다. 동부지역을 장악하면서 한때 수도 트리폴리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했던 시민군이 카다피군의 반격에 퇴각을 거듭하고 있다. 시민군은 동부 지역으로 향하는 관문인 라스 라누프를 카다피군에게 내주면서 본거지인 벵가지까지 위협받는 상황으로 몰렸다.

아랍위성TV 알자지라방송은 이날 “카다피군 전투기들이 전날에 이어 라스 라누프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며 “시민군이 라스 라누프 동쪽으로 급히 퇴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퇴각 거듭하는 시민군

카다피군 전투기들은 이날 라스 라누프의 원유시설 및 병원, 주택이 몰려있는 시가지에 무차별적 공격을 가했다. 현지 목격자들에 따르면 원유시설이 폭발하면서 곳곳에서 시커먼 유해가스가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군 지상병력도 미사일과 자동화기를 잇달아 발사하면서 시민군을 압박했다. 카다피군은 군함을 동원해 해상 측에서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민군은 라스 라누프 외곽에 펼쳤던 저지선에서 잇따라 이탈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시민군과 피난민을 실은 수백대의 차량이 라스라누프 동쪽으로 퇴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 국영TV도 이날 카다피 지지자들이 라스 라누프 시내 건물 곳곳에 카다피 정권을 상징하는 녹색 깃발을 걸고 환호하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카다피군은 라스 라누프뿐 아니라 수도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40㎞ 떨어진 자위야도 거의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현재 자위야 일부 중심지에서만 시민군이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며 “그러나 자위야 대부분을 장악한 카다피군이 시민군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카다피군은 원유거점 도시인 브레가 지역까지 해상병력을 동원해 시민군을 공격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카다피가 왜 지금까지 주력 부대를 전투에 투입하지 않았는지 의문” 이라며 “공군 및 해군 등 주력 부대를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하면서 전세를 단번에 역전시켰다”고 분석했다.

◆기세 오른 카다피 정권

전황이 카다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카다피 정권의 대응도 더욱 강경해졌다. 카다피의 둘째 아들인 사이프 알 이슬람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군과 더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군은 (시민군 제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이라며 “리비아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칼리드 알 카임 내무차관도 “대부분의 시민군이 알카에다 소속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시민군에 협상을 제안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전황을 단숨에 역전시키면서 반격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시민군의 본거지인 벵가지로 향하는 관문인 라스 라누프 점령이 전세를 뒤바꿔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리비아 국영TV는 “카다피군이 라스 라누프를 비롯해 빈 자와드, 자위야를 점령한 기세를 몰아 벵가지로 진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가 카다피군에 타격이 될 수 있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주저하고 있는 것도 카다피 정권이 강경 대응하고 있는 또 다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시민군 지도자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 전 법무장관은 “상황이 지속될수록 더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 이라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결의나 중동 국가의 확고한 지원이 없이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