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네 마녀의 심술이 코스피지수를 1980선으로 끌어내렸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물을 받아낼 만큼 국내 매수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유로존 신용불안 우려가 다시 커지고,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주말을 맞는 마음이 편치 않다. 11일 증시도 반등을 시도하기 보다는 조정 분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10일 코스피지수는 19.89포인트(0.99%) 하락한 1981.58로 마감했다. 금융통화위원회와 선물·옵션동시만기일에 대한 경계심리가 짙어지며 2000선을 내준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외국인은 1조1776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1999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역대 세번째로 많은 규모다. 외국인은 마감 동시호가 때 7000억원어치의 물량을 쏟아내 증시를 압박했다. 선물도 1조3513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 공세에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도 4291억원에 달해 지난달 21일(5764억원) 이후 최대였다.

다행히 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기관이 매수 규모를 늘려 주가 하락을 방어했다. 개인도 7194억원어치 사들여 낙폭을 좁혔다.

예상과 달리 중국의 2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떨어졌다.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4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던 상하이종합지수도 하락 반전해 1.50% 떨어졌다.

밤 사이 유럽 증시는 무디스의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 소식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증시도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급락했다. 유가가 소폭 떨어졌지만 ‘분노의 날’로 예고된 11일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분간 외국인 복귀를 기대하기 힘들고, 실적전망과 관련된 부정적 뉴스들이 시장을 괴롭힐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당장 탄력적인 상승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유가 상승과 외국인 매도라는 악재에 국내 증시가 내성을 확보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 하단의 지지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외국인과 프로그램 순매도로 잠재적인 수급 부담을 덜었다는 점은 추가 하락을 제한할 수 요인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외국인 매도가 그 동안 많이 샀던 전기전자와 화학 운수장비 금융 등에 몰려 있어 단기적인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며 “급한 매물을 털어냈다면 추가 매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계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미칠 여파를 확인해야 하고 중동 정세와 유럽 부채 해결 등 짚고 넘어가야할 변수들이 많다” 며 “안정적인 지수의 반등은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내달 중순쯤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종목 위주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조언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