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금융통화위원회와 선물옵션동시만기 이벤트, 외국인의 선현물 '매물폭탄'을 무사히 넘기고 한숨 돌리는 가 싶더니 밤사이 더 많고 '독한' 악재들이 쏟아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수지가 악화됐고, 미국의 신규 실업자는 증가세로 돌아선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사태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포르투갈의 국채 수익률 상승과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르면서 유럽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심리적 기준선이선 1만2000선이, S&P500지수도 1300선이 각각 무너졌다.

전날 선, 현물로 외국인의 대량 매도 공세에도 잘 버텨냈던 코스피지수도 동시다발적인 악재에는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11일 25포인트가 넘는 갭하락으로 출발한 뒤 1950선을 한때 내 주기도 했다. 다행인 점은 그동안 많이 빠졌던 IT주들이 반등 또는 낙폭이 제한되면서 지수 방어에 나섰다는 점이다. 기관의 '사자'로 IT주가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낙폭 축소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호재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스피지수의 탄력적 반등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미 유가 급등과 외국인 매도, 중동 사태와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대한 악재 영향력이 무뎌지면서 하단지지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과 외국인 매도라는 악재에 국내 증시가 내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하단 지지력은 강화되고 있다"며 "중동과 EU정상회의 등 불확실성 이벤트들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강한 상승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변동성 국면에서 코스피가 점진적으로 바닥을 다져가고 있다"며 "기존 악재들 역시 확산보다는 안정화 여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현 시장 상황은 지수의 하방 경직성은 확보되고 있지만 상승 모멘텀이 제한되고 있는 국면"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는 11일(현지시간) '분노의 날'이 예정돼 있고 무디스에서 전날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가운데 EU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4.8%로 예상되고 있는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변수다. 예상치거나 낮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그라들겠지만 시장 예상보다 높다면 물가발표를 전후로 금리 혹은 지급준비율 인상 등 추가 긴축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잠복했던 악재들이 모두 수면위로 나왔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없다. 시장이 예상하고 있었던 변수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 뿐이다. 다시 한번 바닥 확인 과정이 진행되고 있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곪은 부분이 터지고 나면 상처는 나을 수 있다. 주말은 또 밤새 안녕할 지 경계심도 물론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