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락(伯樂)의 천리마(千里馬)'라는 고사가 있다.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도 좋은 말을 알아보는 백락과 같은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는 것이다. 천리마는 어느 시대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백락 같은 사람이 없다면 천리마도 짐을 나르는 허드렛일만 할 수 있다.

사람의 운명도 하등 다를 바 없다. 훌륭한 재능을 타고 났어도 그것을 알아보고 키워주는 안목 있는 귀인을 만나지 못하면 인재 역시 범부로 취급당해 그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명당도 일맥상통한다. 그 땅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명당의 성격에 맞게 땅을 이용할 때라야 비로소 지덕이 발동하고 복을 가져다준다. 명당이란 사람이 원하는 바를 떨이하듯 모두 한꺼번에 주지 않는다. 사업운이 좋은 터,권력에 이로운 터,학문으로 성공할 터,명예를 드높일 터,건강과 장수를 누릴 명당들이 제각각 존재한다.

대 명당이라 해도 고작 한두 개의 복이 겹쳐서 나타날 뿐이다. 명당 하나를 얻고서 이런저런 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올 것이라 믿으면 오산이다.

땅도 어느 곳이 풍수적으로 명당인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어떤 복을 원하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그 소망을 이루는 길지를 구할 수 있다. 자기 꿈을 이뤄줄 분수에 맞는 터를 찾아야 탈 없이 복을 누릴 수 있다.

한국 최고의 부촌으로 소문난 서울의 성북동을 예로 들어보자.'밝은 달빛 아래에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완사명월형(浣紗明月形)의 명당'이다. 비단은 벼슬이 높은 부자만이 입는 귀한 옷감이었다. 따라서 세상에 이름을 낼 귀인이나 부자들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터다.

한국의 재벌들이 많이 사는 한남동은 '신령스런 거북이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형(靈龜飮水形)의 길지'다. 거북은 알을 많이 낳으니,이 땅의 재복이 크고 대대로 부자 소리를 들으며 살 것이다. 이유는 한강 물에 있다. 멀리 태백산에서 발원해 흘러온 한강은 중랑천을 맞아들인 후 허리에 벨트를 찬 듯이 금성수(金星水)로써 한남동을 둥글게 감싸고 흐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평창동은 작가와 예술가의 땅이다. 평창동 주위를 에워싼 산들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형상의 화산(火山)이다. 산세가 유순하지 못한 채 수많은 바위와 암석으로 이루어진 것을 풍수는 문필봉이라 부른다. 장충동은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의 명당이다. 천하를 호령할 위대한 인물이 배출될 땅이며 무장들과 잘 맞는다. 실제로 장충동은 군대가 주둔할 정도로 기가 셌던 땅이다.

한강변에 있는 동부이촌동은 관운이 높아 고위공무원들이 살기에 적합하다. 이 마을은 남산의 잠두봉에서 시작된 맥이 용산을 거쳐 한강으로 뻗어간 지맥 위에 자리하고 있다.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관악산이 벼슬아치가 쓰는 정자관을 닮아 관운이 큰 터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마을은 서초동이다. 서초동은 북쪽으로 마치 책을 펼쳐놓은 듯한 쌍봉이 있어 '선인이 책을 읽는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의 명당'이다. 압구정동은 '꿩이 매의 공격을 피해 납작 엎드린 복치형(伏稚形)'의 형국으로,은신하면서 편안한 삶을 구하는 터이며 학자에게도 적합하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