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주가 이번주 내내 하락하며 우울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투자가가 거래일 기준 엿새 만에 전기전자업종에 대해 '사자'로 돌아서면서 장 초반 일부 대형 IT주들이 상승 전환되는 듯 했으나 대부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1일 오전 11시27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전날보다 0.46% 내린 8145.89를 기록하며 닷새째 내리고 있다. 이번주 들어 지난 10일까지 업종지수는 7.13% 떨어져 코스피지수 하락분(-1.15%)보다 큰 폭으로 내렸다.

종목별로는 장중 상승 전환을 시도했던 삼성전자가 다시 하락 반전, 86만원선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23%(2000원) 하락한 86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가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고, LG전자(-1.40%), LG디스플레이(-0.29%), 삼성전기(-1.26%) 등도 내림세다.

증권업계에선 중동 사태 확산으로 그동안 IT주 반등을 이끈 수요 회복 논리가 약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예상보다 TV 등 신규 세트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인텔의 샌디브릿지 리콜 악재가 터지면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LG전자, 삼성전기 등의 실적 우려가 불거진 것.

유가 등 경기 변수들이 불안해지면서 세트업체와 유통업자들이 이후 수요가 둔화될 것을 우려해 재고를 더욱 최소화, D램 선취매를 제한하면서 반도체 반등 시기도 지연되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은 조정을 거치며 가격 메리트는 발생했지만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IT주가 한동안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단기에 큰 폭으로 IT주 주가가 밀리면서 반등이 나타날 수는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미흡하고 작년 동기 호실적과 비교해 이익증가율 개선세가 부각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비춰 당분간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노효종 GS자산운용 운용역도 "높았던 실적 기대치가 낮춰지는 과정이 최근 주가에 반영됐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추가적인 실적 하향 조정 과정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IT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조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2분기 중반께에는 IT주의 안정적인 주가 회복세를 점치는 의견도 나왔다.

박창석 NH-CA 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현 시점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수요 전망이 흔들리면서 불안 심리가 우세하지만 장기적으로 TV 등 소비가전 수요가 올해 선진국 고용이 턴어라운드하면서 회복될 것"이라며 "2분기에는 IT주 주가 반등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성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상으로는 최근 하락으로 인해 IT주가 바닥권에 다가섰고, 중동 사태 확산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이르면 4월말, 5월께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본격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TV 등 신제품 출시와 함께 LCD(액정표시장치), LED(발광다이오드) 등 부품 업황도 2분기에 개선되면서 관련주들 주가 흐름이 좋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산업의 경우 유가가 추가적으로 급등하지 않으면 업황 반등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의 추가 급등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 D램 가격 상승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시간의 문제로 늦어도 4월 중에는 D램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현재 조정을 겪고 있는 반도체주 주가도 내달부터는 재상승세에 접어들 전망이기 때문에 주식을 매도하기 보다는 유가 흐름을 체크하면서 주가 상승을 대비하는 것이 적절한 투자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