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 중동사태 도미노에 충격 받은 듯

‘재스민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민주화 바람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는 가운데,북한 당국이 최근 주민에 대한 가혹행위를 없앨 것을 강조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1일 보도했다.

방송은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당국이 인민보안부를 비롯한 사법기관 보안원들에게 주민의 물건을 빼앗거나 구타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 지시는 최근 보안원들 사이에서 권한남용 문제가 드러나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쯤 평양시에서 보안원들이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장사를 했다는 혐의로 붙잡은 주민들을 구타했다.이에 구타를 당한 주민의 가족이 ‘보안원이 어떻게 사람이 죽을 정도로 때릴 수가 있느냐’는 항의편지를 중앙당에 올렸고 이를 접수한 당국은 해당 보안원들을 처벌했다.보안원의 처벌 사유서에는 ‘당의 일반적인 군중노선’을 위반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방송은 또 함경북도 회령의 소식통을 인용해 “평소 상인들의 물건을 잘 빼앗아 ‘집게’라는 별명이 붙은 한 규찰대원이 갑자기 쫓겨났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중동사태에 대한 소식이 확산되면서 서둘러 민심이반을 막고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유화적 제스처로 풀이된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989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쿠가 민중봉기로 축출되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쫓겨난 차우셰스쿠의 죽음과 성난 군중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물을 1990년 초 일주일 내내 북한 관리들에게 보여주면서 “우리도 인민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다녔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보도한 바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그 당시인 1990년에도 북한당국이 ‘죄수들을 구타하고 고문하는 인권침해를 하지 마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고 전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