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막을 올렸다. SK㈜ SK이노베이션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KT 등 57개 기업은 11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경영자가 떠나가고 새로운 인물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재임 기간 10년을 넘긴 장수 최고경영자(CEO)들도 나왔다. 주요 기업들은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을 반영해 다양한 신규사업을 정관에 담았다.


◆'청정문(聽情問) 리더십'의 위력

LG이노텍은 이날 오전 서울스퀘어 3층에서 허영호 사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하고 김정일 시그네틱스 대표이사 등 4명을 신임 이사로 선임했다. 올해를 '사업가치혁신의 해'로 정하고 사업구조 고도화 및 핵심 · 원천기술 확보에 매진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허 사장은 이날 등기이사로 재선임되면서 김반석 LG화학 부회장과 함께 'LG 최장수 CEO'가 됐다. 이들은 CEO 재임 기간이 만 10년을 넘는다. 허 사장은 2000년 1월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옛 LG마이크론(2009년 LG이노텍과 합병)의 대표이사를 맡아 1년 만에 정상화시켰고 LG이노텍을 글로벌 부품 · 소재기업으로 환골탈태시켰다. 2001년 3067억원이던 LG이노텍 매출은 지난해 4조1035억원으로 12배 넘게 증가했다.

허 사장은 임직원과 대화와 소통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청정문(聽情問) 경영'으로 유명하다. 부하직원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聽),칭찬과 격려를 통해 기를 살리며(情),해답을 직접 알려주기보다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問)을 통해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도록 유도하는 경영이다. 2003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자 임직원 스스로가 '3년 내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2005년 이를 조기달성했던 것도 청정문 리더십 덕분이라는 평이다. LG이노텍은 2015년 매출 10조원,글로벌 1등 제품 10개 이상 확보,영업이익률 10% 이상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현대중공업, 의료용 로봇 사업 진출

SK㈜는 최태원 회장을 3년 임기의 이사로 재선임하고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을 분할,SK바이오팜을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LG디스플레이는 전환사채(CB) 등 주식연계채권 발행 한도를 2조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향후 공격적인 투자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김외현 부사장(조선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이재성 사장과 공동 대표체제를 갖췄다. 의료용 로봇 생산 및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KT는 헬스인포매틱스와 군수용 통신기기 제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바이오정보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향후 국방 무기체계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일부 주주들은 KT가 작년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무로 영입한 데 이어 이날 박병원 전 청와대경제수석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자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동국제강은 장세주 회장을 이사로 재선임하고,올해 브라질 고로 건설사업을 성사시켜 '글로벌 1000만t 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상열/장창민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