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폐업을 검토 중인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가업을 물려줄 후계자를 찾지 못한 것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곧 닥칠 일입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산업의 명맥이 끊깁니다. "

11일 가업승계협의회 회장에 연임된 강상훈 동양식품공업 대표(48 · 사진)는 "가업승계의 중요성을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 자녀가 1,2명이다 보니 가업을 넘겨주기가 힘들고 그나마 있는 자녀들도 제조업에 대한 기피 때문에 가업을 외면한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젊은 세대들이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세대를 자랑스러워하고 기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업승계협의회는 150여명의 중소기업 2세들로 이뤄졌다. 산업화 1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산업명맥의 세대 이전이 이슈로 떠오르자 2008년 2세대들에 대한 체계적 교육과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필요성으로 결성됐다.

그는 "그동안 2세들을 모아 의견을 공유하고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체계적 교육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장수기업을 찾아 승계 노하우를 배우고 경영 역량과 리더십 등을 학습하기로 했다. 2세들이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이 1세대와의 의견충돌,직원들과의 갈등 등인 만큼 소통 문제도 진지하게 연구하기로 했다.

강 회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 '부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팽배하다는 점을 꼽았다. 가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계속 홍보할 예정이라고.가업승계협의회는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기금을 조성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그는 "1세대들은 아직 2세대들이 어리고 철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지만 실제로 2세대들을 보면 시각이 글로벌화되어 있고 기업에 대한 애정도 깊다"며 "한국 중소기업이 가진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킬 자신이 있으니 믿어달라"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가업승계협의회가 국내를 대표하는 경영2세 모임으로 성장했다"며 "중기중앙회도 가업승계지원센터를 통해 회원교류활동과 워크숍,후계자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 강소기업(히든챔피언)의 3분의 2가 가족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가업승계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부단한 자기혁신과 도전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고재훈 삼화실업 사장과 김권기 삼덕상공 대표,신봉철 뉴지로 대표,전선영 알파색채 부사장,김창환 동양목재 대표,김태용 컴윈스 부사장,최훈 이화산업 대표,강혁준 남북전기 이사,한상민 한영넉스 대표 등이 부회장에 선임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