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의 조각상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동 민주화시위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중국 하이난성 원창시에 세워진 마오쩌둥 조각상이 5개의 조각으로 절단됐다. 특히 코가 잘려나가고 이마에 큰 흠집이 나는 등 머리 부분의 손상이 심했다.

홍콩 애플데일리는 "동상이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훼손됐다"며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 동상을 훼손했던 수법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 동상은 약 10m 크기로 중산복을 입은 마오쩌둥의 표준 조각상이다. 2008년 10월 세워진 후 관광명소가 됐고 일부 마오쩌둥의 신봉자들은 이곳에 와서 절을 하거나 꽃을 놓고 가기도 했다.

마오쩌둥의 조각상 사진을 올린 중국 네티즌은 "현지 부동산개발업자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조각상 훼손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내 좌파 성향 사이트에서는 "심각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우리의 지도자는 후세인도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 대접하느냐"며 훼손자를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당국이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내에서 마오쩌둥에 대한 존경과 권위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중동의 민주화 시위 사태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중국판 재스민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인권단체 운영 사이트 보쉰(博迅 · www.boxun.com)은 이날 이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마오쩌둥 사진에 먹물이 뿌려진 사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중국인들은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덩샤오핑이 1978년부터 개혁 · 개방을 추진하면서 마오쩌둥의 기본 노선을 포기했지만,후진타오 주석 집권 후 여러 분야에서 마오쩌둥의 기본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