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방 온라인화로 5년만에 매출 36배 '대박'
日·홍콩 등 해외서도 질주
2000년 5월27일자 한국경제신문 신설법인(새 회사) 현황표에 '골프존'이란 생소한 이름의 회사가 실렸다. 그리고 만 11년이 흐른 뒤 창업주 부자는 지분가치 7291억원의 주식부자 등극을 앞두고 있다. 1만5000개가 넘는 스크린골프 시스템을 팔아 다음달 코스닥에 상장하는 스크린 골프업체 골프존 이야기다.
◆50억원에 창업해 7291억원 대박
골프존 설립 당시 자본금은 50억원.김영찬 대표(65 · 사진)가 1993년부터 경영하던 음성사서함(VMS) 업체 영밴을 정리한 돈을 모두 투자했다. 김 대표의 아들로 2년 전부터 회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원일 씨(37)가 기술팀 직원으로 참여했다. 당시엔 사실상 가족기업에 가까웠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골프존의 공모희망가는 6만9000~8만2000원.전체 주식 수는 기존 발행주식(1028만3023주)과 공모주(200만주)를 합쳐 1228만3023주다. 공모희망가가 가장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가정할 때 시가총액은 1조72억원에 이른다. 상장과 동시에 코스닥 시총 순위 12위에 오르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골프존의 비상장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9만~11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공모가가 8만2000원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영찬,김원일 공동대표는 큰 주식평가이익을 챙기게 됐다. 지분 19.2%를 보유한 김영찬 대표는 1933억원,김원일 공동대표(지분율 53.2%)는 5358억원의 평가이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김 대표가 2005년부터 자신의 지분을 김원일 공동대표에게 꾸준히 증여한 결과로,두 사람이 소유한 주식을 합하면 7291억원에 달한다.
◆5년 만에 36배 고속 성장
국내 스크린 골프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는 골프존의 성공 비결은 매장의 온라인화에 있었다. 전국의 스크린 골프방을 온라인으로 묶어 개인 기록을 통합 관리해 주는 한편 서울에 사는 이용자가 부산에 있는 골프 동호인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2005년 매출 50억원에 불과하던 골프존은 3년 만에 1000억원을 넘기며 급성장했다. 창업 당시 두 공동대표를 포함해 5명이던 직원 수는 369명으로 불어났다.
상장 과정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상장을 위해 시뮬레이션 시스템 판매를 강화하면서 골프방이 늘어나 영업권을 침해당했다는 골프방 점주들이 골프존 상장 반대 운동을 벌인 것이다. 스크린 골프업체로는 첫 번째 상장이다 보니 제조업에 속하는지,게임업으로 분류해야 하는지도 논란이 일었다.
2008년부터 '골프존 홍콩''골프존 재팬' 등 해외법인을 잇달아 설립한 골프존은 미래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는다는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스크린골프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스크린 골프는 제품을 팔기보다는 문화를 판다는 점에서 스타벅스와 비슷하다"며 "꾸준한 연구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프존 상장 주관은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수요예측일과 청약예정일은 아직 미정이다.
노경목/김경수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