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일본 대지진으로 한일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사상 최악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일본인 관광객들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귀국하기 위해 돌아갈 비행기 표를 구해달라는 문의가 여행사에 잇따랐다.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한국인들도 여행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주말인 12일 낮 평소 같으면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릴 서울 인사동과 명동 등지에는 일본인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일본내 통신 두절로 상당수 일본인 여행객들이 아직까지 본국에 있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돌아가려 해도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이번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宮城)현에서 왔다는 회사원 사토씨(30.여)는 “메일로 연락했더니 전기와 수도가 끊겨 불편하다고 했다”며 “내일 떠날 계획이었는데 걱정이 돼 오늘이라도 일본에 가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도쿄에서 온 하야시 히로시(42)씨는 “딸을 외할머니 댁에 맡겨놓고왔는데 유리 조각에 맞아 머리를 다쳤다는 소식을 이메일로 들었다”며 “연락이 안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인터넷으로 메시지를 남기느라 어젯밤에 한숨도 못잤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행사에는 귀국 일정을 앞당겨 달라거나 예약했던 여행 일정을 취소하겠다는 일본인들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한 여행사 관계자는 “비행기편만 되면 다들 나가겠다는 분위기인데 항공편이 마땅치 않다”며 “관광이고 뭐고 가족들 걱정 때문에 호텔에만 있는 사람도 있고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내내 걱정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오늘 오후에 센다이에서 여섯 분이 오기로 했었는데 지금 연락이 안되고 생사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달과 다음달 예약건수가 하나둘씩 취소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인들도 일본여행을 취소하고 있다.일본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모든 예약이 취소됐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 여행업계 상황이 심각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벚꽃철이어서 일본 여행 성수기인데 어제부터 도쿄 위쪽에 있는 지역 패키지 상품이 몽땅 취소됐다”고 말했다.롯데관광 관계자도 “오늘하루만 80명 정도가 취소했다”고 밝혔다.

여행사들은 규슈(九州)나 홋카이도(北海道) 등 이번 지진에서 안전한 지역으로 여행지를 변경하도록 권유하는 등 지진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다음주 월요일 도쿄로 가는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며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추천하거나 수수료 없이 환불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레드캡투어 관계자는 “500여명이 취소했다고 보면 된다”며 “사태를 지켜보고 관서지방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