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변수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관리가능한 통제변수(control variables)와 그대로 수용해야만 하는 행태변수(behavior variables)다. 엄밀히 따지면 주식투자 리스크도 행태변수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행태변수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작년 말 시작된 중동 ·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과 일본의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대표적이다. '행태변수 쓰나미설'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행태변수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발생할 것인가를 예상하려면 짧게는 올해,길게는 2010년대 예상 변수들의 성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0년대를 여는 첫해를 맞은 지 불과 석 달도 안돼 나타난 모습은 앞으로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무엇보다 '뉴 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모든 경제현상을 특징짓는 뉴 노멀은 종전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와 거버넌스(지배구조)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세계경제 질서에서 중심권이 이동돼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간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 질서에는 두 가지 아젠다가 던져졌다. 하나는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언제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며,다른 하나는 영어가 언제까지 세계공용어(lingua franca)의 위상을 누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의 종언'으로 귀결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황금시대를 구가해온 '월가의 몰락'을 가져올 쓰나미에 해당된다.

글로벌화 추세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각국 이익이 더욱 강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와 충돌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신(新)보호주의 우려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국제기구에 대한 회의론과 신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국제통화 질서에서도 각국의 탈(脫)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경제학계에서는 '주류'와 '비주류'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혼돈시대를 맞고 있다. '합리적 인간'이란 대전제에 회의론이 확산되는 대신,심리학 생물학 등을 접목시킨 행동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주류경제학계에선 인정할 수 없는 쓰나미와 같은 변화다.

'합리적 인간'이란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실패 부문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시장과 국가가 경제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혼합경제가 한동안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규제완화와 규제강화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곳은 역시 산업과 사회분야다.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반면 후발기업들은 창의 · 혁신 · 개혁 · 융합 · 통합 · 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가야 하는 새로운 공급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 면에선 신속한 트렌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한편,고부가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은 무료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한 '착한 일'에 참여하려는 욕구를 증대시키고,다른 측면으로는 장기 집권자들의 부정부패에 강한 저항으로 표출된다.

이미 많은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은 아직 젤리(jelly)형 상태다. 앞으로 스탠더드로 정착시켜지 못한다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위기 이전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가 겹쳐 '규범의 혼돈' 시대로 빠져들 수 있다. 이 역시 쓰나미를 몰고 올 행태변수다.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전쟁도 올해 예상되는 큰 변수다. 위기과정에서 늘어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도 언제든지 복병이 될 수 있다. 재정적자 보전을 위해 선진국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설 경우 장기금리 상승으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이른바 '구축 효과' 우려도 제기된다.

원자재값 급등과 인플레는 이미 신흥국을 중심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에선 재스민 혁명에 따른 공급 부족과 투기자금 유입으로 모든 원자재 가격이 빨리 오랜 기간 오르는 '퍼펙트 스톰'과 '슈퍼 스파이크''슈퍼 사이클' 현상을 보일 것이란 시각도 대두된다. 현실화된다면 '오일쇼크'에 해당하는 쓰나미다.

요즘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의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의 경고다. 그는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며 "새로 탄생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즉 쓰나미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각종 행태변수에 신경 써야 할 때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