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임시국회가 끝났지만 굵직한 현안 상당 수가 미해결로 남아 도무지 왜 국회를 열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세무검증제 도입은 의사 변호사 등의 반발로 국회 법사위에는 상정되지도 못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 대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은 검찰은 물론 여야 모두 내용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개혁안이 나오자마자 무산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치자금법 개정안 역시 청목회 입법 로비 사건으로 기소된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입법이라는 비난에 밀려 이미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의원들이 여러 특위를 만들고 법석을 떨지만 원칙 없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움직이다가 상황이 조금만 바뀌면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발을 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탓이다. 무엇보다 당연히 거쳐야 하는 의견수렴 절차 등도 생략한 채 의원들과 상임위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개정 작업을 즉흥적으로 시작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정책 일관성도 떨어뜨리고 국민들만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특히 여당이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야당과의 조율은 고사하고 자신의 당론조차 못 정해 왔다갔다 하는 것은 집권당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거창한 개혁을 외치다 용두사미로 끝날 바에야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