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경기가 3월 들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올해 초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반적으로 3월은 신학기 특수 등으로 중고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시기다. 업계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이집트 리비아 등 중동을 강타한 재스민 혁명이 국내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판매처인 중동 지역의 수출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내전으로 치달은 리비아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 선적된 중고차는 현지 항구 폐쇄로 입항이 보류된 상태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대금 수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이집트 리비아 외에 요르단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다른 중동 국가로의 수출은 아직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중동지역 수출 매매상의 경매 참여 등 매입 활동에도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석유값이 급등하는 등 내수 시장이 위축되는 것도 중고차 수요가 줄어드는 요인이다. 특히 연료 효율이 낮은 대형차를 중심으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대형차의 경매 낙찰률은 연초 60% 수준에서 50% 중반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경차와 소형차는 65% 이상의 낙찰률을 기록하며 인기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낙찰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중고차를 매매하고자 하는 개인으로서는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잘 활용한다면 만족스러운 거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대형차를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반대로 경차나 소형차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의 이 같은 낙찰 동향과는 무관하게 경매 출품 물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시장 수요 감소로 중고차 매도가 여의치 않아지면서 경매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매시장인 경매장이 시장 변동기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고차 시장이 호황일 때 경매장은 소매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차량을 확보하는 공급원으로써，반대로 불황기에는 쉽게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판매처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뜻밖의 침체를 맞고 있는 중고차 시장이 외부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소비자들은 이를 거래 기회로 활용한다면 시장 회복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글로비스 자동차경매장 부장 rjs3762@glovi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