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유 · 가스 개발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메이저업체들이 1930~1940년대,일본이 1970년대 해외 사업을 본격화한 데 비해 한국은 1980년대 초에야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경제성 있는 유전은 이미 해외 메이저 업체들이 대부분 선점한데다 국내 업체는 기술력과 자본력이 떨어져 경제성 있는 유전이나 가스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생산이 이뤄지는 유전 가운데 한국이 보유한 최대 유전은 베트남 15-1 광구로, 한국이 확보한 원유는 1억배럴 규모다. 하루 10만배럴가량의 원유가 생산되는 이 유전은 1992~1998년 개발됐다. 이후 10년 넘게 대규모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최근 2~3년 사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 투자를 늘리면서 2005~2007년까지만 해도 3~4%대에 그쳤던 석유 · 가스 자주개발률은 2008년 5.7%,2009년 9%에 이어 지난해에는 10.9%로 사상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자주개발률은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원유 · 가스의 일일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것으로, 높을수록 에너지 자립도가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급상승의 원인은 무엇보다 해외 석유기업에 대한 인수 · 합병(M&A)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대형화를 위해 2009년 페루의 사비아페루,캐나다 하베스트에너지,지난해 영국 다나석유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이라크에서 대형 유 · 가스전 계약이 성사된 것도 한 요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라크에서 2009년 주바이르 유전(한국 측 지분 2억배럴)과 바스라유전(1억4500만배럴),지난해 아카스 가스전(원유 환산 기준 2억9500만배럴)과 만수리아 가스전(1억배럴)을 확보했다. 특히 아카스 가스전은 단순히 지분 투자만 하는 다른 유 · 가스전과 달리 한국이 직접 운영하게 된다.

적극적인 자원 개발 투자도 한몫을 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석유 · 가스 개발에 한국 기업이 투자한 돈은 2009년 52억달러에서 지난해 60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작년보다 29% 증가한 78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투자액을 투자주체별로 보면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이 84%,민간 기업이 16%를 차지한다. 투자 대상별로는 생산 광구에 72%,개발 광구에 18%,탐사 광구에 10%가 각각 배정된다. 생산 광구는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한 반면 탐사 광구는 고위험 · 고수익 사업에 속한다.

한국 기업들은 탐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는 대부분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광구나 개발 광구에서 진행된다. 석유공사의 유전 탐사 성공률은 현재 13% 수준으로 엑손모빌을 비롯한 석유 메이저 탐사 성공률(30%)의 절반도 안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