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지만 은행을 통한 해외 송금 등 국제 지급결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 파생상품 거래도 대지진 직후 일부 피해가 우려됐지만 주말에 복구가 이뤄져 14일 거래에 지장은 없을 것으로 파악됐다.

김인섭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부국장은 "지난 11일 오후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부터 글로벌 지급결제망 작동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나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13일 말했다. 그는 "한국은 대만이나 중국 베이징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결제를 진행하고 있어 이번 일본 대지진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연결된 망 자체도 피해가 없어 일본과의 금융거래도 문제가 없다고 한은은 밝혔다.

현재 한국은 글로벌 금융결제를 위해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라는 국제금융통신망을 활용하고 있다. SWIFT는 전세계 은행 간 자금 결제와 메시지 교환 업무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은행 간 금융정보통신망이다.

한국은 1992년 3월부터 SWIFT를 통해 고객 송금,신용장 개설 및 통지,은행 간 자금이체,외환거래 등 국제 금융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은 2006년 말 대만에서 지진이 났을 때 SWIFT에 장애가 발생,일부 은행에서 수출입 대금 결제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엔 대만과 홍콩 주변의 6개 해저 광케이블이 크게 훼손됐으며 이 때문에 일부 외국계은행이 이용하는 SWIFT가 작동을 멈췄다. 또 일부 외국계은행의 홍콩 전산서버가 다운되는 바람에 해당 은행의 국내 인터넷뱅킹이 중단되기도 했다.

김 부국장은 "국내 은행은 물론 외국계은행 중에서도 일본에 전산 서버를 두고 있는 곳이 없어 이번엔 인터넷뱅킹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의 피해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에 지점을 두고 있는 현대해상은 "재보험에 가입해 있어 당장은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일본에 지점을 둔 은행들도 일본으로의 송금 등 금융거래에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의 일본 자회사인 SBJ(신한뱅크재팬)도 대지진으로 인해 피해가 큰 일본 동북 4개 지역에 44억엔의 대출을 했지만 전체 대출잔액의 2~3%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현지 증권사와 연계해 실시간으로 일본 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일부 증권사들도 지진 발생 직후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지만 주말 동안 복구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이어지는 전용회선이 끊어지면서 FX마진거래(여러 나라 통화 간 환율차를 이용한 거래)에 지장이 우려됐지만 중국으로 우회하는 새로운 회선을 구축해 14일 거래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한국거래소도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연계된 야간선물거래 회선을 긴급 점검한 결과 주라인과 백업라인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박준동/노경목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