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계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씨티그룹은 10년 넘게 세계 최대 은행으로 군림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두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떨어졌다. 대신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몸집을 불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체이스가 나란히 1,2위 은행으로 자리잡았다. 그런가 하면 중국공상은행과 스페인 산탄데르 등 새로운 강자들이 10대 은행에 진입하면서 수위권을 넘보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세계 50위권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계기로 순위 바뀌어

더뱅커(The Banker)지가 2009년 말 결산자료를 바탕으로 금융회사 자기자본 중 이자가 지급되는 후순위채 등을 제외한 기본자본(tier 1) 기준 세계 1000대 은행을 산정한 결과 BOA가 1위를 차지했다. BOA는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활용해 몸집을 불렸다. JP모건체이스도 금융위기 때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2위에 랭크됐다.

반면 2000년대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씨티그룹은 3위로 내려 앉았다. 4위는 2007년 네덜란드계인 ABN암로를 인수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차지했다. HSBC가 5위로 뒤를 이었다. 와코비아를 인수한 웰스파고가 6위에 올랐으며 중국공상은행이 7위를 기록했다.

◆1000대 은행 중 한국은 9개뿐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한 세계 25대 은행 중에선 미국계 은행이 6개로 가장 많았다. 투자은행에서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16위와 22위에 랭크됐다.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4개 은행을 진입시켰다. 중국계 은행은 공상은행(7위)을 비롯해 뱅크오브차이나(14위)와 중국건설은행(15위) 등 3개가 포함됐다. 한때 세계 10대 은행에 다수 포함됐던 일본계 은행은 미쓰비시UFJ(11위)와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23위)만 남아 있을 정도로 위세가 약화됐다.

신흥국 은행들은 25대 은행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50위권에는 잇달아 진입했다. 브라질 2위 은행 방코이타우가 3위 우니방코를 2008년 인수하면서 탄생한 이타우우니방코가 33위에 올랐으며 브라질 최대 민간은행이었던 방코브라데스코는 44위를 차지했다.

세계 1000대 은행 중 아시아 국가 은행은 329개였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02개로 가장 많았다. 중국은 84개였으며 인도와 대만이 각각 31개와 29개였다.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각각 10개의 1000대 은행을 배출했다.

반면 한국은 국민은행(69위)을 비롯해 우리금융(71위) 신한금융(87위) 농협(105위) 하나금융(120위) 기업은행(122위) 대구은행(341위) 부산은행(372위) 전북은행(986위) 등 9개만 포함됐다. 국내 은행 규모는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셈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