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물 내진설계 고작 18%…강진 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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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시 피난할 학교 내진율 13% … 6.5지진 땐 전국 58만동 직격탄
인센티브 법안 2년째 낮잠
인센티브 법안 2년째 낮잠
국내 건축물은 지진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내진설계 강국'이라는 일본이 지난 11일 발생한 강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국내 내진설계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소방방재청과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전체의 18%에 불과해 지진이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현재 국내 전체 건축물 680만여동 중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은 107만8072동.이 가운데 19만8301동(18.4%)만 내진설계를 적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81.6%인 87만9771동이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서울 건물 90% 지진에 무방비
서울의 경우 강북 지역의 내진설계가 최악이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서울 시내 일반건물 62만8325동 중 내진설계를 갖춘 건물은 6만1919동(9.85%)에 불과했다. 내진 건축물 비율은 용산구(6.4%) 종로구(6.2%) 중구(6.0) 등 오래된 건축물이 많은 곳일수록 낮았다. 신축 건물이 많은 강남구(24.0%) 송파구(22.0%) 서초구(19.9%) 등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내진설계 비중이 높았다.
지진이 발생하면 서울 부산 인천 경기 등 주요 도시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소방방재청이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를 가상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서울에선 35만동,인천에선 3만동,경기에선 12만동의 건축물이 반파나 전파하는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58만동이 직격탄을 받는다는 계산도 나왔다. 서울 중구에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이 일어나면 수도권에서 사망 7726명,부상 10만7524명 등 11만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이재민 숫자가 10만4011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항만 · 학교 등 내진 보강 서둘러야
국내 건축법에서 내진설계를 의무화한 때는 1988년부터다. 6층 이상,10만㎡ 이상 건축물에 처음 도입했다. 1995년에는 5층 이상 아파트,총 면적 1만㎡ 이상 건축물로 대상을 넓혔다.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 건축법 시행령은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000㎡ 이상인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는 재난 발생시 대피 장소로 쓰이는 학교시설의 내진율을 2014년까지 18.7%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13.2%로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국가 주요 시설인 항만의 내진율은 11.1%,일반 건축물은 16.3%에 그치고 있다. 기존 민간 건물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법안'은 2년 넘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법안은 보강 권고를 따르면 지방세 감면과 재해보험요율 할인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규제 강화라는 지적에 묻혀 흐지부지되는 상황이다.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이 실제 건축 시에도 이를 따랐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관련 예산이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재해나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관련 예산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중요 시설물에 대한 내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주요 공공 시설물인 댐 터널 건축물 등은 기본 계획을 수립해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연차별로 보강 공사를 하고 있다"며 "일제시대에 건설된 한강철교 등 교량 2곳도 올해 40억원을 투입해 내진 보강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