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일본 산업단지 내 전력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진 피해가 큰 도호쿠(東北) 지역 대부분은 현재 전기가 완전히 끊긴 상태다. 일본 전체 전력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도쿄 인근 간토(關東) 지역도 지진에 따른 원자력 발전소 사고 여파로 전력이 달리고 있다. 화력발전소나 수력발전소는 현재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핵심 시설인 냉각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원자력 발전소는 복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력공급 차질로 일본 도쿄전력은 14일부터 지역을 나눠 교대로 전기를 제공하는 제한송전을 실시키로 했다. 도쿄전력이 제한송전에 나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다음달 말까지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제한송전 대상은 도쿄전력 관내의 9개 도 · 현으로 이들 지역을 5개 그룹으로 나눠 3시간 정도씩 순차적으로 전기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진으로 인한 시설파괴 등 직접적인 재산 피해보다 전력공급 중단으로 생산이 멈추면서 발생하는 2차,3차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총 10기의 원자로를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2 원전의 가동 중단이다. 1970~1979년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가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후쿠시마 제1 원전은 원자로 여러 곳이 냉각 장치 이상으로 주민이 대피하는 등 비상이 걸린 상태다. 두 원전의 발전량은 910만?i로 도쿄 전력 전체 발전 용량의 20%가 넘는다. 그 외 화력발전소 12기,수력발전소 22기도 멈춰섰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이 정상가동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일본 서북부 니가타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가동을 중단한 가시와자키 원전의 경우 완전 복구까지 1년10개월이 걸렸다.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와 3호기는 원자로가 제어 기능을 상실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meltdown)' 가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바,사이타마,이바라시 등에 위치한 대규모 산업 단지에서는 전력 공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현지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최대 전기로 업체인 도쿄제철은 지바현에 위치한 공장의 조업을 중단했다. 그외 도쿄 인근에 위치한 다수의 공장들이 현재 정전으로 조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