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유럽과 중동을 잠재우다. '

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13일 삼성증권이 내놓은 보고서 제목이다. 리비아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 재발을 걱정하던 국내 증시에 일본 지진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대형 악재가 불거져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지진에 따른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는 1995년 고베 지진 당시의 학습효과가 주된 근거다. 김진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1994년 0.9%였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995년 1.9%,1996년 2.6%로 높아졌다"며 "피해 복구를 위한 활발한 경제활동이 침체된 일본 경제에 성장 발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995년의 절반 수준인 지진 피해규모와 세계경제에서 일본의 비중이 축소된 점을 감안하면 파급영향은 고베 지진의 25%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진에 따른 단기 피해보다는 복구과정에서 예상되는 수요 증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진 발생 후 개장한 미국 증시가 소폭 오름세를 나타낸 것이 단적인 예다. 전주말(11일)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0.50%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도 0.54% 올랐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선 복구 수요와 관련해 석유화학 철강주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며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건설 기자재 업종의 회복을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고베 지진 복구과정에서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 1995년 국내 증시에선 IT와 철강주의 상승세가 높았다"며 "복구 수요로 1995년 상반기 대일 수출이 전년 대비 40% 넘게 증가한 것에서 보듯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론 엔화 동향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