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일본 경제가 멈췄다] 후쿠시마 원전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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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냉각수 공급 끊겨…원자로 온도 급격한 상승으로 폭발
원자로 우라늄 농축 핵심은, 온도 저하·핵분열 속도 제어
냉각기능 이상 땐 핵연료봉 노출…수소 방출로 이어져 폭발 가능성
외벽 붕괴…방사능 유출 못막아
원자로 우라늄 농축 핵심은, 온도 저하·핵분열 속도 제어
냉각기능 이상 땐 핵연료봉 노출…수소 방출로 이어져 폭발 가능성
외벽 붕괴…방사능 유출 못막아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3호기에서 방사선 물질이 누출되면서 일본 열도가 공포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원자력발전소의 냉각 기능이 마비되면서 노심용융 수소폭발 등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1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3호기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원자력발전 원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원자력발전의 구조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과 원자폭탄의 차이는 농축 방식이다. 자연상태에서 우라늄(U)은 99.2% 정도가 안정된 형태의 U-238로, 0.7%가량이 불안정한 상태의 방사성 동위원소 U-235로 존재한다. 동위원소란 원자번호(양성자수)는 같은데 중성자수가 서로 다른 원소를 말한다. U-235는 불안한 상태로 자발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려 하며, 방사성 물질을 방출한다.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 넣어 방사성 동위원소 U-235의 비율을 2~5% 선으로 인위적으로 높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방사성 동위원소 U-235의 비율을 높이는(우라늄을 농축하는) 방법은 핵연료봉 내 원심분리 · 기체확산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불안한' U-235를 많이 확보하면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무거운 원자핵을 갖고 있는 우라늄에 중성자를 부딪히면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중성자 2~3개를 방출한다. 이 중성자들은 또 다른 원자핵에 부딪히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핵분열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질량 결손만큼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나오는 막대한 화학 에너지로 증기(스팀)를 만들고 터빈을 돌려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이다.
반면 U-235를 90% 이상까지 급격히 농축시키거나, U-238이 중성자를 맞아 변한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분열반응을 유도하면 '원자폭탄'이 된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은 원자로에서 우라늄 농축과정에서 온도를 냉각재(물)로 낮춰 핵분열 속도를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관건이다.
◆냉각기능 이상으로 인한 재앙(?)
강진에 직격탄을 맞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냉각기능의 이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진으로 인한 전력계통의 이상으로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원자로 안의 온도가 수천도 이상으로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노심(爐心 · 핵연료봉 다발)이 녹아버리는 게 중대한 사고인 '노심용융' 사고다. 후쿠시마 1원전 1호기 현재 상태다. 그러나 노심용융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더라도 격납고가 이를 막는다면 원전 밖으로의 방사성 물질 유출은 생기지 않는다. 원자로는 격납고와 외부 콘크리트벽 등 여러 겹의 차폐막으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순흥 KAIST 대외부총장은 "정상적 원전 운영과정에서 노심용융사고 확률은 10만년에 1회, 방사성 물질이 격납고를 뚫고나오는 것까지 합하면 100만년에 1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중대한 사고라는 얘기다.
또 냉각기능 이상으로 물(냉각재) 안에 잠겨 있어야 할 노심이 위로 떠오르게 되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후쿠시마 1원전 3호기가 현재 이 상태로, 향후 추가폭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심 외부를 감싸고 있는 지르코늄이 수증기와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켜 인화성이 큰 수소를 다량 생산하고, 이것이 대기중에 노출되면서 폭발하면 1호기처럼 원전 건물 외벽이 무너지게 된다. 우승웅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로안전해석실장은 "노심이 노출되거나 녹았을 경우 등은 여러 원자로 계통 상황으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피폭자들이 확인된 만큼 (현지)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현재 원자로의 추가적 이상(냉각기능 이상)을 막기 위해 해수까지 끌어다 쓰는 비상대책을 동원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노심용융
meltdown.원자로의 중심부인 핵연료봉 다발이 녹아내리는 상황.핵분열 반응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을 식히지 못하면 발생한다. 노심온도가 3000도에 이르면 우라늄 자체가 녹을 수도 있다. 노심용융은 원전 사고 중 가장 중대한 사고로 분류되며 1979년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가 대표적이다.
◆ 방사선/방사능
우라늄 플루토늄 등 원자핵이 무거운 원소는 상태가 불안정해 스스로 붕괴를 일으키는데 이때 방출하는 전자기파.방사선은 인체를 통과하며 전리작용(원자에서 양이온과 전자 한쌍을 분리하는 것)을 통해 세포 DNA를 교란,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방사능은 단위 시간당 원자핵 붕괴 수로 방사선의 세기를 가리킨다.
◆ 시버트(Sv)
인체에 피폭되는방사선 량을 나타내는 측정단위.과거에는 큐리(Ci) · 렘(rem) 등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베크렐(Bq) · 시버트(Sv)로 통일됐다. 병원에서 1회 X-선을 촬영할 때 약 0.1~0.3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량을 받게 된다. 한꺼번에 100mSv를 맞아도 인체에 별 영향이 없으나 원전 종사자는 이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7000mSv를 받으면 며칠 내 사망한다.
◆ 세슘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얻어지는 물질.방사성 동위원소 중 하나인 세슘-137은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핵분열 핵실험 등 결과로 발생하는 인공 원소다. 방사능 낙진의 영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며 반감기(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주는 기간)는 약 30년에 이른다. 20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 사태에서도 다량의 세슘이 감지됐다.
◆ 반감기
반감기는 방사성 원소물질(핵종)이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을 내버리면서 방사선을 발산하고 안정된 물질로 변하는 과정에서 원자량(양성자와 중성자의 수를 합한 것)이 원래의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반감기가 짧으면 순간 폭로되는 방사선 세기가 강한 반면 빨리 소실되고,반대로 반감기가 길면 상대적으로 약한 방사능이 오랫동안 나온다.
◆원자력발전 원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원자력발전의 구조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과 원자폭탄의 차이는 농축 방식이다. 자연상태에서 우라늄(U)은 99.2% 정도가 안정된 형태의 U-238로, 0.7%가량이 불안정한 상태의 방사성 동위원소 U-235로 존재한다. 동위원소란 원자번호(양성자수)는 같은데 중성자수가 서로 다른 원소를 말한다. U-235는 불안한 상태로 자발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려 하며, 방사성 물질을 방출한다.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 넣어 방사성 동위원소 U-235의 비율을 2~5% 선으로 인위적으로 높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방사성 동위원소 U-235의 비율을 높이는(우라늄을 농축하는) 방법은 핵연료봉 내 원심분리 · 기체확산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불안한' U-235를 많이 확보하면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무거운 원자핵을 갖고 있는 우라늄에 중성자를 부딪히면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중성자 2~3개를 방출한다. 이 중성자들은 또 다른 원자핵에 부딪히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핵분열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질량 결손만큼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나오는 막대한 화학 에너지로 증기(스팀)를 만들고 터빈을 돌려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이다.
반면 U-235를 90% 이상까지 급격히 농축시키거나, U-238이 중성자를 맞아 변한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분열반응을 유도하면 '원자폭탄'이 된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은 원자로에서 우라늄 농축과정에서 온도를 냉각재(물)로 낮춰 핵분열 속도를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관건이다.
◆냉각기능 이상으로 인한 재앙(?)
강진에 직격탄을 맞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냉각기능의 이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진으로 인한 전력계통의 이상으로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원자로 안의 온도가 수천도 이상으로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노심(爐心 · 핵연료봉 다발)이 녹아버리는 게 중대한 사고인 '노심용융' 사고다. 후쿠시마 1원전 1호기 현재 상태다. 그러나 노심용융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더라도 격납고가 이를 막는다면 원전 밖으로의 방사성 물질 유출은 생기지 않는다. 원자로는 격납고와 외부 콘크리트벽 등 여러 겹의 차폐막으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순흥 KAIST 대외부총장은 "정상적 원전 운영과정에서 노심용융사고 확률은 10만년에 1회, 방사성 물질이 격납고를 뚫고나오는 것까지 합하면 100만년에 1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중대한 사고라는 얘기다.
또 냉각기능 이상으로 물(냉각재) 안에 잠겨 있어야 할 노심이 위로 떠오르게 되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후쿠시마 1원전 3호기가 현재 이 상태로, 향후 추가폭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심 외부를 감싸고 있는 지르코늄이 수증기와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켜 인화성이 큰 수소를 다량 생산하고, 이것이 대기중에 노출되면서 폭발하면 1호기처럼 원전 건물 외벽이 무너지게 된다. 우승웅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로안전해석실장은 "노심이 노출되거나 녹았을 경우 등은 여러 원자로 계통 상황으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피폭자들이 확인된 만큼 (현지)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현재 원자로의 추가적 이상(냉각기능 이상)을 막기 위해 해수까지 끌어다 쓰는 비상대책을 동원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노심용융
meltdown.원자로의 중심부인 핵연료봉 다발이 녹아내리는 상황.핵분열 반응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을 식히지 못하면 발생한다. 노심온도가 3000도에 이르면 우라늄 자체가 녹을 수도 있다. 노심용융은 원전 사고 중 가장 중대한 사고로 분류되며 1979년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가 대표적이다.
◆ 방사선/방사능
우라늄 플루토늄 등 원자핵이 무거운 원소는 상태가 불안정해 스스로 붕괴를 일으키는데 이때 방출하는 전자기파.방사선은 인체를 통과하며 전리작용(원자에서 양이온과 전자 한쌍을 분리하는 것)을 통해 세포 DNA를 교란,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방사능은 단위 시간당 원자핵 붕괴 수로 방사선의 세기를 가리킨다.
◆ 시버트(Sv)
인체에 피폭되는방사선 량을 나타내는 측정단위.과거에는 큐리(Ci) · 렘(rem) 등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베크렐(Bq) · 시버트(Sv)로 통일됐다. 병원에서 1회 X-선을 촬영할 때 약 0.1~0.3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량을 받게 된다. 한꺼번에 100mSv를 맞아도 인체에 별 영향이 없으나 원전 종사자는 이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7000mSv를 받으면 며칠 내 사망한다.
◆ 세슘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얻어지는 물질.방사성 동위원소 중 하나인 세슘-137은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핵분열 핵실험 등 결과로 발생하는 인공 원소다. 방사능 낙진의 영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며 반감기(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주는 기간)는 약 30년에 이른다. 20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 사태에서도 다량의 세슘이 감지됐다.
◆ 반감기
반감기는 방사성 원소물질(핵종)이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을 내버리면서 방사선을 발산하고 안정된 물질로 변하는 과정에서 원자량(양성자와 중성자의 수를 합한 것)이 원래의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반감기가 짧으면 순간 폭로되는 방사선 세기가 강한 반면 빨리 소실되고,반대로 반감기가 길면 상대적으로 약한 방사능이 오랫동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