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과 견줄 만한 자양강장 약재로 잘 알려진 약용식물 '백수오'가 여성의 갱년기 질환 개선과 미용을 위한 특허물질로 개발돼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백수오는 예로부터 신장의 기운을 북돋워 정력을 증진하고 머리카락을 검게 하며 병 없이 오래 살게 하는 약초로 이름이 높았다. 또 간장의 기능을 좋게 해 피곤함을 없애고,살결을 곱게 하며,뼈와 근육을 튼튼히 하고,심장의 기운을 돋우어 신경쇠약이나 불면증 등에 효과적이다. 또 조혈 작용도 뛰어나 빈혈에 좋고 여성의 생리불순이나 자궁염,만성변비에도 유익하다고 알려져 왔다.

백수오는 한약시장에서 속칭 '백하수오'로 불리는 박주가리과 식물이다. 이와 유사한 하수오는 '적하수오'로 구분되며 마디풀과에 속한다. 둘 다 뿌리를 쓰는데 백수오는 하얀색에 가깝고 하수오는 갈색이나 붉은 색에 가깝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백수오는 식물성 천연호르몬을 전문 연구하는 바이오벤처기업인 내츄럴엔도텍(대표 김재수)의 노력 덕분에 최근 빛을 보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FGF271)'은 백수오를 주성분으로 속단과 당귀를 추가한 생약 복합물이다. 백수오는 예부터 성질이 따스해 생식기능이 떨어진 여성에게 좋다고 알려져 왔다. 속단은 뼈와 관절을 튼튼히 하고 당귀는 피를 보충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사랑받아온 약재다.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성균관대 삼성제일병원(현 관동대 제일병원)과 미국 캘리포니아병원에서 이뤄진 임상시험 결과 여성 갱년기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안전하면서도 효과 높은 천연 식물성 에스트로겐 물질로 평가받았다. 백수오 복합추출물 복용 그룹은 위약을 복용한 그룹과 비교할 때 갱년기 · 폐경기 증상 개선 효과가 5배에 이르렀다. 갱년기의 신체적 증상인 안면홍조,야간발한,감각마비,어지럼증,피로감,근육관절통,질 건조증 등과 정신적 증상인 신경과민,수면장애,우울증,가슴두근거림 등을 점수화한 갱년기 지수(KI · 쿠퍼만 인덱스)가 62%나 향상됐다. 특히 12가지 갱년기 개별 증상 가운데 안면홍조,불면증,손발저림,질 건조증 등 10가지가 탁월하게 개선됐다. 부부간 성생활을 곤란하게 하는 질 건조증에 대한 뛰어난 개선효과는 다른 약재에 없던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반면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피부 탄력을 증진시켜 주고,지방 대사의 촉진을 도와 여성의 몸매를 아름답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이에 힘입어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식품원료로서 안전성,기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인정해주는 건강기능신소재(NDI) 승인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도 개별인정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허가받았다. '2008년 제네바 국제 발명대회 금상''2008 보건산업기술대상' 등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효과와 기술력이 입증됐다.

덕분에 이를 원료로 한 건강기능식품이 쏟아지고 있다. 내츄럴엔도텍이 자체 기술로 'EstroG-100'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미국과 캐나다 등지의 메이저 건강기능식품 업체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서는 하이리빙의 '에스론 플래티넘'을 비롯해 한국화장품의 '수미인',한미약품의 '제니스',대웅제약의 '황후애',대상웰라이프의 '퍼스트레이디 에버플라본' 등으로 출시됐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