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 사는 주부 신화영 씨(52)는 몇 개월 전부터 움직일 때마다 무릎이 시큰거렸다. 무릎이 덜컹거리는 듯한 불안정한 느낌이 들었고 걸레질을 하다 갑자기 무릎을 펴면 '두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X-레이를 찍어본 결과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계속 통증을 호소하자 진통제를 처방하고 물리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정밀검사까지 해봤지만 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통증은 심해져 가는데 원인조차 모른다니 답답할 뿐이었다. 그러다 요즘에는 관절도 내시경으로 직접 본다는 소식을 접하곤 전문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봤다. "무릎연골이 손상됐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다행히 통증에 비해 연골 손상 범위가 비교적 작아 자기 연골을 이용해 치료하는 자가골연골이식술을 기다리고 있다.



관절질환의 진단과 치료에서 내시경이 점차 많이 활용되고 있다. 5㎜ 이하로 작게 절개하고 당일 퇴원할 수 있는데다 MRI로도 발견하지 못하는 작은 손상도 짚어내는 정확성 때문이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병원장은 "관절내시경은 관절 내부를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직접 들여다보기 때문에 MRI로도 발견하기 어려운 관절 내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의 작은 손상까지도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며 "이상이 발견되면 5㎜ 이하의 작은 구멍을 하나 더 내어 간단한 기구를 이용한 치료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 8배 이상 확대해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연골손상 외에 인대 손상 및 염증 정도,뼈의 마모 상태까지도 진단해 통증의 원인이 되는 문제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의 대표적인 조기진단법으로 MRI와 관절내시경을 꼽는다. MRI는 무릎에 있는 구조물과 무릎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 등의 변화를 잘 파악할 수 있지만 연골이나 연골판의 손상을 알아낼 확률은 80~90%에 그친다. 반면 관절내시경은 무릎 내의 구조물을 직접 보기 때문에 연골이나 연골판의 작은 손상도 정확하게 끄집어낸다.

고 병원장은 "MRI 검사 결과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무릎의 통증이 수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관절내시경으로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종종 연골의 손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쳐 결국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끼리 부딪히는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생긴다"고 조언했다.

관절내시경의 시초는 1919년 일본 도쿄대의 켄지 다카기 교수가 방광경을 사용해 관절 내부를 살핀 것이다. 이듬해 스위스의 유진 버셔 교수가 진단 목적으로 무릎에 관절내시경을 시행한 후로 본격화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용도가 진단으로만 국한됐고 치료는 여전히 관절을 절개하는 방법이 쓰이는 등 제한이 많았다. 국내서는 1980년대 말에 도입돼 몇몇 대학병원을 거쳐 1990년대 중반부터 관절내시경 시술이 보편화됐다. 현재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치료는 인공관절수술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관절내시경 시술은 기존 절개술에 비해 피부 절개 범위가 굉장히 작아 수술 후 별다른 상처 치료가 필요 없고,입원 기간이 하루 이틀이면 충분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따라서 수술 후 합병증의 가능성이 낮으며 재활도 빨라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전재훈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관절내시경 시술은 무릎관절 내 반월상연골판 질환,관절연골 질환,인대 손상,골절 등을 포함해 어깨,팔꿈치,손목,엉덩이,발목,발가락 등으로 활용범위가 넓어졌다"며 "이 중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연골손상은 100% 가까이 진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세사랑병원에서 2008년 1월부터 3년간 시행한 관절내시경 시술 1만1087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시술 건수의 59.8%(6630건)가 무릎 관절이었고,어깨가 26%(2882건),발목이 14.2%(1575건)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관절내시경을 통해 연골의 손상을 발견한 초 · 중기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연골재생술을 시행하면 효과적이다. 연골재생술은 연골이 손상된 크기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손상부위가 1㎠ 이하인 경우에는 '미세천공술'을 시행한다. 연골 밑의 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은 뒤 그 곳에서 나온 혈액 성분을 연골로 분화시켜 손상된 부위를 덮는 방식이다. 손상 범위가 1~4㎠라면 '자가골연골이식술'을 시행할 수 있다.

전 원장은 "무릎 연골 중 중요하지 않은 부위에서 건강한 연골을 떼어내 손상 부위에 심어주는 방법"이라며 "자가골연골이식술이 현재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연골재생술"이라고 설명했다. 4㎠ 이상의 비교적 큰 손상은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연골세포를 채취, 외부에서 증폭 · 배양시킨 후 이식해 연골을 재생시켜주는 방법이다. 생착률이 90%에 근접하며 일단 재생되기만 하면 영구적으로 자신의 연골과 관절이 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