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가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졌다. "만약 시력과 청력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 이 질문에 대해 75%가 시력을 살리겠다고 답했다. 철학자는 다시 물었다. "TV의 볼륨을 다 줄이고 보시겠습니까. 라디오를 들으시겠습니까. "

청력을 살리겠다는 응답자의 대부분은 "음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력과 청력 중 어느 것이 인간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까. 정답은 청력이다. 무협소설에서 사부가 제자에게 가르쳐 주는 마지막 초식에서 "눈을 감아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눈을 감으면 태업 중이던 다른 감각들이 예민해지고 그중에서도 귀가 가장 바빠진다.

골프에서는 어떤가. 노련한 캐디들이 네 사람의 스코어를 다 기억해서 적을 수 있는 것은 소리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맞은 소리는 온그린 혹은 최소한 그린 근처 치핑으로 연결되고,빗맞은 소리는 한 번 더 쳐야 그린 근처에 온다는 식이다.

실내연습장에서도 볼이 날아가는 것은 볼 수 없고,3~4m 앞의 막에 부딪치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 이 소리에 취해 자신이 잘 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치는 소리는 괜찮지만 옆사람이 치는 소리는 귀에 거슬린다. 특히 드라이버 치는 소리는 귀가 아플 지경이다.

측정에 의하면 바로 옆자리에서 치는 드라이버 소리의 순간 음압은 130dB(데시벨)까지 올라간다. 아주 시끄러운 하드록 공연장의 평균 음압이 120dB이므로 이런 소리에 계속 노출되면 귀가 좋아할 리 없다. 그래서 실내연습장에서는 귀마개를 착용해 귀를 보호하는 것이 좋다.

귀를 막고 볼을 쳐보면 굉장히 답답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볼을 잘 쳤는지 잘못 쳤는지 판단도 잘 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그동안 소리에 의존했다는 증거다.

이때부터 새로운 골프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이제 볼을 제대로 쳤는지 아닌지 온몸으로 체감해보라.임팩트 시의 충격이 샤프트를 통해 몸으로 전해오는 진동,그 느낌을 발전시키면 당신의 골프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조영재 < 골프칼럼니스트 yjc@imaster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