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15년 이상 선교와 사회봉사활동을 해온 선교사 부부 중 남편이 어느 날 간암으로 먼저 세상을 떴다. 잠시 한국에 귀국한 부인 박모 선교사는 인천의 고은산부인과에서 무료검진을 받았다. 뜻밖에 초기 자궁경부암이 발견됐다. 병원에서 골반경 수술로 암을 절제하고 방글라데시로 돌아간 박 선교사는 이후 현지에서 고통받는 여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등 왕성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이달 초 인천시 숭의2동 숭의오거리에 확장 개원한 고은여성병원은 신뢰와 사랑으로 32년간 여성환자를 진료해온 토박이 산부인과다. 1980년 고원균 원장이 고은산부인과를 열었고 2000년부터 그의 딸인 고은선 원장과 오철학 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2대째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이들 원장과 차진영 원장이 투철한 사명감으로 24시간 분만과 응급수술을 해왔다. 올해부터는 세 원장이 동일한 지분으로 고은여성병원을 맡아 의료계에 보기 드문 귀감이 되고 있다.

이번 확장 개원을 계기로 지하 1층,지상 9층,연면적 5720㎡ 규모로 52병상을 갖췄고 중소병원으로는 드물게 에스컬레이터와 발레파킹이 가능한 넓은 주차장을 설치했다.

산부인과 전문의(5명),마취과 전문의(2명),소아과 전문의(1명)가 일상적인 산부인과 소아과 진료 외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32년간 한 건의 산모 사망사건도 없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연분만을 유도하되 위험은 회피한다는 철칙을 지킨 덕분이다. 현재는 월 60명의 갓난아이를 받지만 새 병원이 안착하는 연말께는 100명의 신생아를 탄생시킨다는 목표다.

새 병원은 유방암센터 산후조리원 피부비만센터를 열어 전문화를 꾀했다. 유방암센터는 10년 이상 유방암 조기검진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최신 검진기기를 구비해 진단 및 시술 수준을 높였다.

산후조리원은 초보 엄마들이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 신생아를 돌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육아교육도 해 준다.

건강한 출산을 돕기 위해 산모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등 산모문화센터를 운영 중이다. 피부비만센터는 임신과 출산을 전후로 나타나는 비만과 당뇨병,피부 트러블을 해결하는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병원은 또 국내 최고 사양의 초음파 진단기 5대를 포함,총 10대 이상의 초음파를 통해 기형아 진단,근종 · 난소종양 · 자궁외임신 · 자궁암 · 난소암 등의 조기발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오철학 원장은 수백 명의 자궁암 환자를 조기진단하고,초기 자궁경부암의 경우 부분절제술로 떼어내 97% 이상의 치료성적을 보이고 있는 이 분야의 베테랑이다. 아울러 이 병원은 자궁 · 난소질환,양성종양을 비롯한 각종 부인과질환의 90% 이상을 골반경 시술로 치료해 환자의 통증과 입원기간,수술 상처를 최소화하고 있다.

고은선 원장은 '환자 사랑'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은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성폭행아동 지원과 미혼모 분만,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불법 체류자 돕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0년부터 인천경찰청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병원 안에 성폭행피해자 전문치료팀을 두고 피해자를 진료하고 있다.

성폭행과 관련한 아동 양육프로그램,교사연수교육 등도 담당한다. 이로 인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고 피의자로부터 협박편지도 받곤하지만 사명감으로 꿋꿋하게 감당하고 있다.

인천 미혼모 시설인 자모원에서 12년간 900건 이상의 분만을 무료로 해줬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