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시술 받기 前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검사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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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식이나 라섹 등 레이저 시력교정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 있는지 사전에 유전자검사를 받아보는 게 안전하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검은 눈동자의 각막 표면에 흰 반점이 생기면서 점차 시력이 저하되고 결국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정식 병명은 '제2형 과립형 각막이상증'으로 5번 염색체 'βigh3'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일어난다. 부모 중 한쪽으로부터라도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받으면 보통 12세부터 흰점이 생기고(20대 또는 30대에도 흰점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음) 나이를 먹으며 흰점의 숫자와 크기가 늘어나면서 60대나 70대에는 시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부모 양쪽으로부터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받으면 약 3세 때부터 흰점이 생기면서 6살께 실명에 이르게 된다. 1988년 이탈리아 아벨리노 지방에서 이주해온 가족에서 처음 발견돼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으로 불리고 있다.
이 질환은 내버려두면 수십년 후에야 실명이 오지만 환자가 이를 모르고 라식 또는 라섹 등 레이저로 각막을 깎아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을 받을 경우 시력상실의 시기가 훨씬 빨라 수개월 또는 수년 안에 시력을 잃게 된다. 상처가 났을 때 이를 신속하게 치유하려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신생조직이 자라면 흉터가 생기듯 돌연변이가 일어난 βigh3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각막을 빨리 아물게 하는 과정에서 '하이알린'이란 흰색 침전물이 지나치게 각막을 덮어 시야를 잃게 된다. 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자외선만 쬐어도 이런 과정이 미미하게 진행되는데 레이저를 받으면 훨씬 가파르게 각막혼탁이 진행된다.
김응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의 연구 결과 한국인은 870명당 한 명꼴로 이 질환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안과만 해도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 있는데도 이를 모르고 라식 수술받은 사람이 150여명에 이른다. 국내 유전자진단 바이오벤처기업인 아벨리노(대표 이진)는 2008년 10월 설립 이후 최근까지 10만건의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검사를 시행해 총 141명의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를 찾아냈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으로 인한 각막혼탁은 아직 완치가 어렵다. 각막을 이식하거나 레이저로 혼탁해진 부분을 깎아내는 게 최선의 치료다. 레이저 치료의 경우 각막이 어느 정도 두꺼워야 가능하고 세월이 한참 지나면 다시 각막이 혼탁해지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유전자진단으로 사전에 라식 · 라섹을 회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질환을 회피하려면 유전자검사가 필요하다. 라식 · 라섹수술 후 원인불명의 각막혼탁이 생긴 경우에도 이 질환이 원인인지 확인해야 한다. 과거에는 안과의사가 현미경 세극등 검사를 통해 육안으로 판단해 걸러냈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놓치기 쉬웠으나 유전자검사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유전자검사는 구강점막을 면봉으로 긁어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유전자량을 증폭시킨 다음 βigh3 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다. 바이오벤처 아벨리노는 세계에서 가장 정확도가 높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진단법을 특허기술로 개발해 국내에서는 강남밝은세상안과 등 146개 안과로부터 검사를 의뢰받고 있다. 비용은 건당 10만원 선이지만 최근 이 질환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시행하는 안과가 늘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월간 라식 · 라섹 수술건수가 1만건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일본 시나가와라식센터와 독점계약을 맺고 유전자검사를 수출하게 됐다.
이진 대표는 "국내에서 개발된 유전자진단 기술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게 아벨리노 진단기술"이라며 "일본과의 대량 검사 계약을 계기로 매출이 지난해 23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