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최악의 피해를 입은 일본을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연일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일본과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도 지원 대열에 동참했다. 최악의 대재앙 앞에서 지구촌은 하나로 뭉쳤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은 파리에서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회의 기간 중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재난에 직면한 일본에 대한 긴급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외상도 이번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지진 피해 구호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국가와 국제 단체는 이미 97곳에 달한다. 미국은 13일부터 태평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신예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지진 피해가 큰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 앞바다에 파견해 식품배포 등 긴급 구호에 나섰다. 레이건호는 당초 이달 열리는 한 · 미연합 야외기동훈련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일본 지진 구호활동에 긴급 투입됐다.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군함 6척도 지원 물자 등을 싣고 며칠 안에 피해 지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국제개발처(AID)는 구조대 2개팀 144명과 구조견 12마리를 일본에 급파했다.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겪었던 중국은 13일 특별기를 띄워 15명의 구조대와 함께 4t 분량의 지원 물자 및 장비를 일본으로 보냈다. 중국에선 "2008년 5월 중국 쓰촨(四川) 대지진 때 일본이 보내준 지원을 잊어선 안 된다"며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홍십자회(적십자사)도 앞서 100만위안(1억7000만원) 규모의 원조를 일본 지진피해 지역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과 쿠릴열도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러시아도 지진으로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 천연가스(LNG)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고르 세친 러시아 부총리는 현재 다른 나라와 계약된 10만t 규모 유조선 2대를 일본으로 긴급 전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항공기 6대와 구조대원 200명,심리학자,의료진을 대기시켜 놓고 있다.

지난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으로 200여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냈던 뉴질랜드도 선발대 6명을 급파한 데 이어 13일 구조팀 48명을 보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도 구조대와 구조견을 파견할 계획이다. 전쟁과 가난으로 신음하고 있는 국가들도 속속 일본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시는 5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한국도 14일 119구조대 76명과 의료팀 24명,외교통상부 직원 2명으로 구성된 긴급구조대를 공군 C-130 항공기와 함께 일본 동북부 지역에 급파했다. 구조대는 일본 나리타 공항을 거쳐 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동북부 야마가타 공항에 이날 도착해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