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한국GM 등 일본에서 부품을 상당량 수입하는 자동차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럽 미국 등 원거리 지역과 달리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의 경우 평소 재고물량을 상대적으로 적게 확보해 놓기 때문이다. 자동차업체들은 일본산 부품 공급이 이달 내 재개되지 않을 경우 감산이나 생산중단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산하인 르노삼성은 닛산 및 닛산 협력사로부터 엔진과 변속기,실린더블록 · 헤드 등 핵심부품을 수입해 부산공장에서 조립하고 있다. 6기통 엔진은 전량,4기통 엔진의 경우 일부 부품을 일본에서 조달하고 있다.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같은 첨단부품도 포함돼 있다. 일본산 부품 의존율은 차종에 따라 15~18%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재고를 조사한 결과 최소 2주일 정도는 버틸 것으로 파악됐다"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물류 및 구매부서에서 비상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GM 역시 구형 라세티와 쉐보레 스파크(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 들어가는 자동변속기를 일본 아이신 및 자트코에서 공급받고 있다. 한국GM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업체는 21곳이다. 문제는 이들 협력업체와 신차 개발단계부터 공조해왔기 때문에 즉각적인 국산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대지진 발생 직후 일본 내 핵심 협력사와 직접 접촉했는데 대부분 정상 가동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다만 도로 항만 등 물류 인프라가 파괴돼 수송하는 데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쌍용자동차는 베어링과 커플링 등 일부 부품을 NTN NSK 등 일본 협력사에서 조달하고 있다. 현재 1~2개월 분량의 재고만 확보하고 있는 상태여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산화 비율이 99% 이상에 달하는 현대 · 기아자동차는 지진에 따른 파장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2 · 3차 협력사 중 일부가 일본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내부 분석이다. 현대 · 기아차 관계자는 "2차 및 3차 협력업체가 일본산 부품을 얼마나 쓰는지에 대해선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에 대비해 세밀한 백업플랜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내 대형 부품사들이 직접적인 지진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상당기간 현지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형업체라 하더라도 현지 2 · 3차 협력사로부터 납품을 받는 구조인데,이들 중 일부라도 피해를 입었다면 생산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자동차산업은 수직통합적인 구조라서 일본 3차 협력사 한 곳만 펑크나도 생산차질을 피할 수 없다"며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복구에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내 자동차업계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