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일본 지진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는 홀로 상승하는 ‘맷집’을 발휘했다.고베 대지진 등 과거 천재지변이 있을 때 주식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학습효과가 지진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잠재웠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고,확대된 외환시장의 변동성 등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가로 오름폭을 늘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전문가들은 당분간 출렁임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수출 기업들에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주들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14일 코스피지수는 고전을 거듭한 끝에 15.69포인트(0.80%) 오른 1971.23으로 거래를 마쳤다.하락 출발한 뒤 오전 한때 1928.99까지 밀려나며 분위기가 악화되는 듯 했지만 이내 오름세로 방향을 튼 지수는 외국인 매수가 꾸준히 유입된 덕에 반등을 이어갔다.

반면 대만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는 대부분 하락했고,일본 닛케이지수는 6% 넘게 급락했다.밤사이 유럽 증시가 지진 피해 확산에 대한 우려로 동반 하락했고,뉴욕 증시 역시 약세를 보였다.15일 국내 증시가 홀로 강세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전날 외국인과 기관은 위기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 대형 블루칩에 대한 ‘사자’를 늘렸다.외국인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와 SK이노베이션 한화케미칼 등 화학주를 중심으로 1351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자산운용사들이 포스코 삼성전자 등을 대거 사들인 가운데 기관도 781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개인은 홀로 1663억원을 내다 팔았다.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가총액 상위 일부 종목에만 국한된 상승이고 장 중 변동성이 컸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장 중 변동성이 지난달 이후 가장 높은 2.17%까지 급등하고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보다 3배 이상 많아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거래량이 크게 늘고 기관이 적극 매수에 나서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하는 심리가 강한 반면 추가 여진과 원전폭발 피해에 대한 경계심리도 여전해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엔·달러환율의 향방 등 일본 지진 관련 변수는 안정화 여부를 예단하기 힘들고,중동 유럽 등 기존 변수들도 아직 해소된게 아니어서 저가 메리트만 보고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수 하단에 대한 지지력은 여러 차례 확인된만큼 조정시 매수로 대응하는 전략이 맞지만 종목별 차별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투자대상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일본 업체들과 경합하는 자동차 반도체 정유업종 대표주들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일본 주식을 매도하고 한국 주식을 매수하는 ‘롱-숏’ 전략을 보이고 있어 지진 피해 수혜주 중 외국인이 순매수한 업종과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