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외국산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다시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회사 제품이 외국제품 자리를 꿰찼습니다. 앞으로 국내에서 다진 기술력을 토대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입니다. "

인천 도화동 인천기계공단에 있는 태진기연의 이재장대표(52)는 이젠 해외 선진기업과도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해외시장에서 한판 겨루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979년 부친인 이정열 회장(81)이 설립한 이 회사는 주형틀을 만들 때 모래혼합물을 투입해주는 사처리설비를 전문으로 생산해왔다.

일본 독일 영국 등 외국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려 초창기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우물 경영을 하며 기술개발을 해온 결과 지금은 자체 기술로 설비를 만드는 실력을 갖췄다. 이 대표는 "2005년부터 100%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이 분야 국내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며 "국내 주요 주물업체 100곳 이상을 거래처로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중앙대를 졸업하던 1987년 곧바로 입사해 가업을 잇기 시작했다. 쇳덩이를 만지고 기름때를 묻히며 용접불꽃에 손등을 데이는 고달픈 일을 해가며 기술을 하나둘 익혔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살다시피하며 기술을 배운 덕에 지금은 설비를 설치한 뒤 눈으로만 봐도 시운전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정도로 '귀신'이 다 됐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사처리설비는 모래를 섞는 믹서기를 포함해 모래를 부수는 파쇄기,모래를 식히는 냉각기,주물과정에서 생긴 철편을 골라내는 분리기 등으로 한 세트를 구성한다. 주물공장의 제품크기 현장구조 등에 따라 각각 설계를 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자들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사처리설비는 주형틀을 만들 때 공간을 채울 목적으로 수지와 경화제를 섞은 모래를 넣어주는 주물공장의 핵심설비"라며 "업종 특성상 숙련도가 핵심인데 우리 회사는 최장 49년 경력자 등 평균 약 10년 경력자가 대부분일 정도로 전문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기술력과 애프터서비스다. 외국 선진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데다 특허기술까지 확보하면서 일감이 밀려들고 있다는 것.통상 4개월치 일감을 쌓아 놓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특히 거래처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는 다른 업체들이 따라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대표는 "이 업종은 설비발주업체가 자체적으로 소모부품을 확보하고 있다가 교체하는 게 일반적인데 대부분의 업체들은 고장났을 때 제작업체에 요청한다"며 "그러다 보니 설비를 며칠씩 세워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이 대표는 소모부품을 직접 확보하고 있다 거래업체에서 요청을 해오면 애프터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5억~6억원가량의 재고물량을 확보해야 돼 자금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1~2시간 내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다 보니 거래기업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이는 주문물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 대표는 "중소기업이 이 같은 재고물량을 떠안고 거래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신속 대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해외 진출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2008년 중국 다롄에 진출한 케스코 공장에 사처리설비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엔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일본 도시바그룹 주물회사, 12월엔 중국 상하이 소재 일본의 다이오기계와 각각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설비는 올 상반기 중 모두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젠 일본 업체에서도 우리 제품을 사갈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향후 자동화기계 개발과 중국과 베트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89억원보다 증가한 1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