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난을 보도하는 우리 TV방송에 대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 편성된 메인뉴스에선 바닷물이 도시를 삼키고 차가 떠내려가는 참혹한 영상을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다. '완전 쑥대밭''초토화' 등 험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사망 · 실종자 수도 미확인 상태에서 추정 보도하기 일쑤다. 방사능 문제에서는 전문가들에게 위험을 과장해줄 것을 강요하는 식의 인터뷰가 되풀이된다. 가족을 잃고 비탄에 빠진 유족들 표정을 클로즈업하고 억지로 말을 시키기도 한다.

반면 일본 NHK는 재난방송의 전범(典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센다이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워 도로와 주택이 휩쓸리는 장면을 생중계하면서도 기자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추측 보도하는 일이 거의 없고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도 멀리서 전체적인 구도만 카메라에 잡는다.

희생자들의 유족을 인터뷰하는 일도 삼간다. 당국의 구조 활동은 상세히 알리지만 늑장 대처 운운하며 사기를 꺾지도 않는다. 국민들 사이에 불안과 공포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다. 재앙에 직면한 일본인들이 놀랄 만큼 성숙한 질서의식과 시민정신을 보여주는 데는 방송도 이처럼 큰 몫을 하고 있다.

방송은 영향력이 큰 만큼 막중한 책임도 따른다. 현장 전달도 중요하지만 사회 불안을 앞장서서 부추기지 않아야 한다. 국내 방송사들은 현장감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과장과 선정성 경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더구나 종합편성채널 4개가 하반기에 방송을 시작하면 선정성 경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